엘리베이터 호출서 수령자 인식까지… ‘배송 로봇’ 경쟁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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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카카오와 손잡고 ‘클로이’ 보급
현대차-기아, 안면인식 기술 적용
우아한형제들, ‘딜리’ 테헤란로 투입
통신 기술 고도화 층간 이동도 척척

배송 로봇 기술이 진화하며 사무실, 호텔, 아파트 등 실내 공간부터 복잡한 서울 강남 거리까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주변 사물과 환경을 인식해 장애물을 가뿐히 피하고 정해진 목적지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해내는 것은 기본이다. 클라우드, 통신 기술의 고도화로 엘리베이터, 자동문 등 건물 내 시설과 연동해 층간 이동도 손쉽게 해내는 로봇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LG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사람의 개입 없이 로봇이 한 건물 내에서 물건 수령부터 배송까지 모두 해결하는 로봇 배송 서비스를 이달부터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LG전자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배송 로봇 ‘LG 클로이 서브봇’ 양문형 모델을 카카오모빌리티에 공급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형 오피스, 호텔, 아파트, 병원 등 건물 안에서 진행하는 로봇 배송 서비스 ‘브링’에 활용하는 것이다.

LG전자가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에서 공개한 클로이 서브봇 양문형 모델은 목적지를 최대 4곳 설정할 수있다. 건물 시설과 연동해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탑승하거나 자동문을 통과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8층에서 근무하는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건물 내 1층 상점에 커피나 음식을 주문하면 이를 접수한 매장 직원이 로봇에 물품을 실어 보내는 것이다. 로봇은 사람 도움 없이 알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주문한 사용자에게 물품을 전달할 수 있다.

이전의 서랍·선반형 모델보다 적재 공간이 늘어 350mL 용량인 보통 크기 커피를 최대 32잔 실을 수 있다. 적재할 수 있는 무게도 17kg에서 30kg으로 확대됐다. LG전자는 그동안의 로봇 노하우를 토대로 관제 서비스 등 솔루션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물건 수령자를 AI가 인식하는 배송 로봇을 내놨다. 이달 3일 공개한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는 2022년 12월 선보인 호텔 배송 로봇을 개선해 새롭게 개발한 버전으로 사무실, 쇼핑몰 등 복잡한 공간에서도 물건을 효율적으로 배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좁은 통로에서도 매끄럽게 주행할 수 있도록 이전 모델보다 크기를 줄였다. 달이 딜리버리도 엘리베이터, 출입문 관제 시스템과 연동해 스스로 건물 전체 층을 오가며 배송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카메라로 수령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적재함이 열린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에서 자체 개발한 AI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4∼6월)부터 ‘팩토리얼 성수’에서 달이 딜리버리를 최초로 배치할 예정이다. 팩토리얼 성수는 현대차·기아가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잡고 로봇 친화형으로 세운 스마트 오피스 빌딩이다.

배송 로봇은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로도 외연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자체 개발한 배송 로봇 ‘딜리’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로봇거리 조성 사업’에 투입해 실외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실증 대상은 코엑스몰과 인근 건물 6곳이다. 딜리는 유동 인구가 많은 테헤란로에서 행인을 피하고 돌발 상황에서도 빠르게 새로운 경로를 생성해 대처할 수 있도록 카메라, 라이다(LiDAR) 센서와 함께 고성능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최근 인건비 상승과 자영업자들의 구인난을 해결해줄 방안으로 로봇 배송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배달 로봇 시장 규모가 2023년 4억 달러에서 매년 33.7% 성장해 2028년 1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엘리베이터 호출#수령자 인식#배송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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