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에는 유리천장 없다” 성과 위주로 발탁해 여성임원 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보수적 업계서 업무 생산성 높인 비결

올 초 카드업계의 여성 임원 상황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페이스북 게시물.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캡처
올 초 카드업계의 여성 임원 상황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페이스북 게시물.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캡처
“카드업계 여성 임원 20명 중 11명이 현대카드. 이건 딱히 자랑거리도 아니고 가끔 기사 보면서 신기하다 느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올 1월 국내 카드업계의 여성 임원 현황을 정리한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뒤 보인 반응이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 비율이 어느 정도길래 정 부회장이 “자랑거리도 아니다”라고 평가했을까.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8개 카드사 임원은 총 250명으로 이 중 여성이 32명(전체의 12.8%)이다. 정 부회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남길 때보다 숫자가 다소 늘었다. 현대카드는 전체 임원 62명 중 여성이 12명(19.8%)으로 임원 10명 중 2명꼴로 여성이었다.

국내 8개 카드사 중 여성 임원이 10명을 넘는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카드에 이어 업계 내에서 여성 임원이 두 번째로 많은 A, B사는 두 곳 다 4명에 그쳤다. 여성 임원이 딱 한 명 있는 회사도 있다. 현대카드는 2009년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이후 꾸준히 여성 리더를 등용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 비중은 2021년 16.1%에서 2022년 17.8%, 2023년 19.8%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카드업계는 보수적이다. 이 때문에 여성 임원 증가 속도가 다른 업종보다 더디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로는 이 회사의 ‘성과주의’ 원칙이 꼽힌다. 성과가 있는 사람이라면 성별, 연차,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승진 인사를 한 결과가, 여성 임원 증가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정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현대카드는 임원 선출에 남자, 여자 개념이 없는 회사”라며 “여성 임원의 숫자를 세어 본 적조차 없다. 최선을 다하는 임원만 있을 뿐”이라고 적었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들은 다루는 업무 영역도 다양했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들은 브랜드, 리스크 관리, 재무, 정보보안, 마케팅, 상품, 감사, 디지털 등 회사 내 많은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재무와 감사 등 기존에 남성 임원이 독점하던 업무를 여성들이 맡고 있다. 여성 임원이 사외이사직을 맡거나 사내에서도 소비자 보호 등 한정적인 역할을 주로 하는 타 카드사와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회사가 고향, 출신 학교, 전 직장 등의 공통분모로 뭉치는 파벌 문화를 근절하고 능력이나 실적에 따라 지위나 보수가 결정되는 성과주의를 추구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며 “여성 임원 비중이 높은 점 역시 업무에 집중하는 기업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현대카드#유리천장#성과 위주 발탁#여성임원#여성임원 최다#카드업계#정태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