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땐 ‘제2플라자 합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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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하이저 등 강경파 구상
대미 무역흑자국 韓도 대상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집권하면 미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제2 플라자 합의’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한국이 제2 플라자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통상정책을 관장할 가능성이 높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달러화 평가 절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트럼프 2기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는 일부 인사가 고평가된 달러가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주요 교역 상대국에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도록 압박하고, 이를 거부하면 해당 국가의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2기 때 라이트하이저가 권한을 갖게 되면 각국에 대한 관세 위협이 더 명백해질 것”이라며 그가 중국에도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1985년 당시 일본, 서독(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4개국에 통화 가치를 달러화 대비 50% 높이라고 압박해 관철시켰다. 이 플라자 합의는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인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플라자 합의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USTR 부대표를 지냈다. 당시 일본 측이 제시한 엔화 절상 폭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일본 측의 문건을 종이비행기로 접어 일본 협상단에 날릴 정도로 강경파였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겸 재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존 폴슨은 달러 하락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매파(강경파) 성향 참모와 비둘기파(온건파) 성향 참모 간 대립도 본격화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달러 절하를 주장했다. 반면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 등은 수입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

플라자 합의
1985년 9월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일본, 서독(현 독일),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이 진행한 환율조정 합의. 당시 막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4개국에 달러 대비 통화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해 관철시켰다. 이후 2년간 엔화 가치는 65.7% 올랐고, 이것이 일본 장기 불황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트럼프#미국대선#달러가치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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