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후보 10명중 7명 ‘尹 없는 공보물’… “정권심판론 부각될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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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7]
서울 ‘尹공보물’ 8명-‘韓공보물’ 34명… 한강벨트선 9명중 8명 尹 안넣어
한동훈, 文의 尹정부 실정 비판에
“文, 北에 퍼주다 소대가리 소리 들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선거공보물에 올린 배현진 서울 송파을 후보(왼쪽).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선거공보물에 올린 배현진 서울 송파을 후보(왼쪽).
“솔직히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이 중도 외연 확장에 도움이 안 된다. 윤 대통령을 부각하면 정권심판론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 핵심 승부처인 ‘한강벨트’에 출마한 국민의힘 한 후보는 2일 이같이 말하며 “전략적으로 윤 대통령 사진을 공식 선거 공보물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4·10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 바람에 여당에 불리한 판세 분석이 이어지자 여당 내에선 “격전지 후보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 존재 감추기가 한창”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1일) 유세에서 “지금 우리 정부가 여러분의 눈높이에 부족한 것이 있지만, 제가 100일도 안 됐다. 그 책임이 저에게 있진 않지 않느냐”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2일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 252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식 선거 공보물을 살펴본 결과 77명(30.5%)의 후보자가 윤 대통령 사진을 공보물에 게재했다. 윤 대통령의 사진만 게재한 후보는 14명,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진을 둘 다 올린 후보가 63명이다. 여당 후보 3명 중 1명만 대통령을 내세운 것이다. 반면 한 위원장은 173명(68.7%)의 후보 공보물에 등장했다. 한 위원장의 사진만 게재한 후보는 110명이다. 국민의힘은 전국 254개 지역구 모든 곳에 후보를 냈지만, 디지털 공보물을 아직 내지 않은 2명의 후보자를 제외하고 집계했다.

● “공보물에서 사라진 대통령”

특히 여야가 격전을 벌이는 한강벨트 등 수도권과 부산·경남 낙동강벨트에서 윤 대통령을 내세우지 않는 경향이 뚜렷했다. 서울 지역구에서 윤 대통령을 공보물에 넣은 후보는 8명(16.7%)에 불과했다. 반면 한 위원장을 공보물에 등장시킨 후보는 34명(70.8%)이었다. 후보들이 사실상 윤 대통령 대신 한 위원장을 여당의 얼굴로 내세워 선거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한 위원장을 빼고 윤 대통령만 공보물에 넣은 후보는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후보(용산)가 유일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공보물에 넣은 후보도 29명(60.4%)으로 윤 대통령보다 많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찍은 사진을 선거공보물에 올린 이혜훈 서울 중-성동을 후보(오른쪽).
오세훈 서울시장과 찍은 사진을 선거공보물에 올린 이혜훈 서울 중-성동을 후보(오른쪽).
마포 용산 성동 광진 동작의 9개 지역구를 가리키는 한강벨트의 경우 권 후보를 제외하면 나머지 8명의 후보 모두 윤 대통령을 공보물에 넣지 않았다. 5석이 걸린 수원벨트에서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인 방문규 후보(경기 수원병)도 윤 대통령 대신 한 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사진을 활용했다. 부산·경남 낙동강벨트(10석)에서도 윤 대통령은 1명(경남 양산을 김태호)의 후보 공보물에만 등장했다.

친윤인 이용(경기 하남갑)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강명구(경북 구미을) 후보 등은 한 위원장 대신 윤 대통령 사진만 공보물에 넣었다.

후보들은 ‘용산 리스크’가 부각되자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서울 접전지에 나선 여당 후보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내가 인물 경쟁력이 있다’라고 반복해서 강조하며 각자도생, 백병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韓 “文, 북한에 퍼주다 ‘삶은 소대가리’ 소리 들어”

한 위원장 역시 정권심판론은 차단하고 대신 본인을 중심으로 한 여야 대결 구도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충남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날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였다. 문 전 대통령이 총선에 사실상 참여한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며 “잊고 있던 지난 정부의 실정을 국민들에게 일깨워줄 것이라 고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중국에 굴종하고 혼밥했던 장면 기억하느냐”며 “북한에 갖은 퍼주기를 하면서 어떻게든 그림을 만들어보려 하다가 결국 ‘삶은 소대가리’란 소리를 듣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총선#총선 공보물#정권심판론#대통령 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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