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진표 정관장은 얼마나 강한가 [발리볼 비키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8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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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기서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정관장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7일 경기서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정관장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지금 현재’ 가장 강한 팀은 어디일까요?

‘정관장‘이라고 답하시는 분이 제일 많을 겁니다.

정관장은 7일 대전 안방 경기에서 GS칼텍스에 3-0 완승을 거두고 7연승을 질주했습니다.

정관장이 7연승을 기록한 건 2009년 2월 15일~3월 15일 8연승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도 순위표 제일 높은 곳은 여전히 현대건설(승점 74) 차지입니다.

지금껏 ‘쌓아 놓은 숫자(승점)’가 가장 많으니까요.

그러면 지금 당장 제일 강한 팀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숫자는 없을까요?

현대건설은 올해도 또 용두사미?
현대건설은 올해도 또 용두사미?
그래서 세상에 ‘엘로 평점 시스템(Elo Rationg System)’이 등장했습니다.

원래 체스 선수 랭킹 계산에 쓰려고 만든 이 시스템은 일대일 매치만 존재한다면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엘로 평점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1500점에서 시작해 상대가 강할수록 그리고 크게 이길수록 점수를 많이 가져가고 반대일 때는 점수를 크게 내주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 유저라면 이 시스템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계산 방식도 기본적으로 이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위에 있는 그림처럼 프로배구에도 당연히 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정관장은 대기만성!
정관장은 대기만성!
사실 정관장은 올해 1월 1일만 해도 엘로 평점 1375가 전부였습니다.

페퍼저축은행(1181) 딱 한 팀만 정관장보다 엘로 평점이 낮았습니다.

그러다 4라운드 두 번째 경기를 치른 새해 첫날 한국도로공사에 3-1 승리를 거둔 걸 시작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3위 정관장(승점 61)이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을 하나도 추가하지 못하고 4위 GS칼텍스(승점 51)가 승점 6을 보태도 준플레이오프는 열리지 않습니다.

GS칼텍스 역시 4라운드 후반까지 정관장과 엎치락뒤치락했지만 5라운드서 승점 2(1승 5패)를 추가하는 데 그치면서 결국 ‘봄 배구’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한 경기,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엘로 평점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팀이 어떤 시즌을 보냈는지도 이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1~2012시즌 우승 당시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2011~2012시즌 우승 당시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현재 정관장 엘로 평점 1769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구단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그러니까 ‘고희진(감독)과 아이들’이 프로배구 출범 이후 가장 상대를 두렵게 만드는 팀을 구축한 겁니다.

이전까지는 2011년 12월 25일 수원 방문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3-0으로 꺾고 1745를 찍었을 때가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KGC인삼공사라는 이름을 쓰던 당시 정관장은 이날 이전 11경기에서 10승 1패로 승점 26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현대건설의 추격을 3승 2패로 뿌리치고 프로배구 출범 이후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우승은 지금까지도 정관장의 마지막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관장을 7년 만의 ‘봄 배구’ 무대로 이끈 고희진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정관장을 7년 만의 ‘봄 배구’ 무대로 이끈 고희진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정관장은 6라운드 들어 ‘양강’ 흥국생명(3-1)과 현대건설(3-2)을 모두 꺾었습니다.

그래도 봄 배구 무대에서는 ‘언더도그’로 분류하는 게 합리적인 평가일 겁니다.

일단 고 감독은 삼성화재 선수로 여덟 번 우승했지만 사령탑으로는 이번이 첫 포스트시즌 무대입니다.

또 7일 경기에서 발목을 다친 이소영(30·아웃사이드 히터)이 언제 어떤 컨디션으로 코트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고 감독이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처럼 올 시즌 정관장도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처럼 사고 한번 제대로 칠 수 있을까요?

고 감독은 “아직 끝이 아니다. 선수들을 믿는다. 우리 선수들은 분명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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