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그리스 정상 탑승한 차량… 300m 떨어진 곳에 러 미사일 ‘쾅’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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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오데사 공습 5명 사망
그리스 총리 “방공호 갈 틈도 없어”

6일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방문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러시아 공습으로 무너진 민간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오데사=AP 뉴시스
6일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방문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러시아 공습으로 무너진 민간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오데사=AP 뉴시스
6일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항 오데사를 찾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큰 폭발음을 들었다. 항구 인프라를 향해 날아온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터진 것이다. 두 정상으로부터 불과 300m 떨어진 거리였다. 곧 연기로 뒤덮인 ‘버섯 구름’이 피어올랐고 요란스레 사이렌도 울렸다.

이날 공격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오데사항에 도착한 직후 발생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에 탔을 때 큰 폭발음이 들렸는데 방공호로 갈 시간이 없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땅을 밟았다. 그는 “전쟁에 대해 신문으로 읽는 것과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은 정말 다르다”고 했다. 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매우 강렬한 경험이었다”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를 찾아 전쟁의 실상을 확인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해군 측은 이날 러시아가 오데사항 인프라를 노려 무인기(드론) 880여 대와 미사일 170여 발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해군 드론 격납고를 공격했고, 목표가 달성됐다”면서 두 정상을 노린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땅을 찾은 서방 정상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러시아)은 어디든 상관하지 않고 공격한다”며 “더 많은 대공 방어망이 필요하다”고 서방의 대대적인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2022년 5월 오데사항을 찾았다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대피소를 찾았던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얼마나 비겁한 전략을 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규탄했다.

오데사는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거점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의 주요 기지도 이곳에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 표적이 돼 왔다. 앞서 2일에도 시내 주거 건물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어린이 5명을 포함해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수도 키이우가 아닌 오데사를 찾은 것은 이 항구가 그리스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분석했다. 그리스가 오스만튀르크 제국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일으켰던 19세기 당시 오데사의 그리스계 주민은 해당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직도 일부 그리스계가 남아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우크라이나#그리스#러시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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