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계 대표자 꾸려달라”…협상 파트너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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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27일 0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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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경기 이천기 경기도의료원이천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25/뉴스1
25일 오후 경기 이천기 경기도의료원이천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25/뉴스1
의대증원 문제로 강공을 이어가던 정부가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 마지노선을 통보하는 한편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정부는 의료계에 “전체 의견을 모을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와의 대화보다 의료계 대표자 추리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개혁에 대해 의료계와 논의하기를 희망하며 대화의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면서 “의료계에서는 전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제안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차관이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가 대화의 대상이 된다”고 말한 데 이어 복지부는 추가 보도설명자료를 내 “모든 의제에 대해 대화 가능하나 증원 규모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 2000명 증원에 충분히 설명·설득하겠다. 집단행동을 멈추고 의료현장으로 복귀 후 논의 가능하다”고 전했다.

특히 박 차관은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보다 의료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성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거론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즉각 반발했다. 주수호 의협 의대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정부와의 협상 당사자는 의협”이라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마치 의협 비대위를 의사 일부의 단체인 것처럼 말하며 장난질 치는데 그런 식이면 정부와의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전공의·전임의·공보의·교수 등 다양한 의사직능 등으로 구성된 의협 대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가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의대 중 가장 먼저 비대위를 꾸려 정부와 대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던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는 26일 정진행 비대위원장과 김종일 회장의 사퇴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의대생의 스승이자 의사로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의협과 함께 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 전공의 단체는 의협과 별도의 비대위를 꾸리고 의협이 주도하는 집회 등에서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과거 대정부 투쟁을 주도한 의료계 인사들은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제안해달라”는 정부 요청이 타당하다면서도 “정부와 대화하기보다 의료계 내부 협의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의협이 법적 대표단체고 비대위가 전권을 위임받기도 했지만, 지역별·진료과별·직능별 각기 다른 의사들의 의견을 전부 반영하기 어렵다”며 “전공의들은 현재 의협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하는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총괄간사를 맡았고 이후 사회참여이사와 의협 대변인을 지냈다. 그는 “의료계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는 게 지금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었던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도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현 사태에 의료계 대표는 대전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2000년에도 의약분업을 두고 개원의, 전공의들의 생각이 달랐다. 지금은 교수들조차도 대표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면서 “의대증원에 가장 직접 영향을 받는 전공의·의대생들 의견을 최우선으로 두고 의대학장, 교수들이 뒷받침하는 협상단 구성이 최선”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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