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과학기술 허브 노리는 홍콩… “혁신기술 전폭 지원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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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열린 ‘쇼 상’ 수상자포럼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상… 천문학-생명과학-수학 부문 등 시상
정부, 기업 육성에 51억 달러 투자… 바이오-인공지능 등 혁신기술 확대

13일 홍콩 사이언스파크에서 ‘홍콩수상자포럼(HKLF)’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개막식에는 30개국에서 과학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홍콩=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13일 홍콩 사이언스파크에서 ‘홍콩수상자포럼(HKLF)’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개막식에는 30개국에서 과학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홍콩=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홍콩 정부가 전 세계 과학기술 석학들을 초청해 ‘아시아의 과학기술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벨상에 비견되는 과학상을 키워내는 한편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신기술(I&T) 육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제협력 의지도 함께 피력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 육성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홍콩이 중국과 세계 각국 간의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13∼18일 홍콩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홍콩수상자포럼(HKLF) 개막식에서 “홍콩이 권위 있는 국제상(쇼 상)의 본거지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쇼 상 수상자들의 뛰어난 업적은 이번 포럼 개최에 큰 도움이 됐고 홍콩은 국제적인 I&T 중심지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아시아의 노벨상 ‘쇼 상’ 위상 높이겠다”


13일 홍콩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홍콩수상자포럼(HKLF)’ 개막식에 참석한 홍콩 주요 인사들. 왼쪽부터 마틴 리 헨더슨랜드 
회장, 존 리 홍콩 행정장관, 티머시 통 HKLF 재단 의장, 레이먼드 챈 홍콩시티대 이과대학 학장. 홍콩=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13일 홍콩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홍콩수상자포럼(HKLF)’ 개막식에 참석한 홍콩 주요 인사들. 왼쪽부터 마틴 리 헨더슨랜드 회장, 존 리 홍콩 행정장관, 티머시 통 HKLF 재단 의장, 레이먼드 챈 홍콩시티대 이과대학 학장. 홍콩=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HKLF는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쇼 상’의 공식 부대 행사다. 2019년 처음 기획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년 동안 미뤄진 끝에 올해 처음 개최됐다. 노벨상의 부대 행사인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에서 착안한 이 행사는 국제 학계에서 쇼 상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쇼 상은 홍콩의 사업가인 런런 쇼가 2002년 설립했다. 천문학, 생명과학 및 의학, 수학 등 3개 부문에 시상된다. 상금은 100만 달러(약 13억 원)다.

HKLF는 홍콩 정·재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창립 포럼을 위해 홍콩 정부가 직접 연사와 참석자 초청을 진두지휘했다. 행사 비용은 홍콩의 2대 부호로 꼽혔던 리자오지 헝지그룹(헨더슨랜드) 전 회장이 설립한 리자오지재단이 전액 후원했다.

리자오지의 차남인 마틴 리 헨더슨랜드 회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지난 몇 년간 리자오지재단과 헨더슨랜드는 홍콩과학기술대, 홍콩항셍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등에 과학 연구를 지원해 왔다”며 “세계적 수준의 혁신과 과학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이번 교류를 후원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준비한 이번 행사에 세계적인 석학들도 화답했다.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라인하르트 겐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명예교수를 비롯해 2021년 래스커상 기초의학부문 수상자인 페터 헤게만 독일 훔볼트대 교수, 1986년 필즈상을 수상한 게르트 팔팅스 박사 등 저명한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30개국에서 과학자 200여 명이 초청됐다.

● 홍콩 정부 차원의 과학기술 투자 가속화


포럼에 참석한 석학들은 이번 포럼이 홍콩이 국제 과학기술계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20년 쇼 상 천문학부문 수상자인 로저 블랜드퍼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홍콩 행정 수반이 직접 포럼에 참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며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고 정부의 노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 과학기술계에서 홍콩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젊은 과학도들도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용진 씨는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행사가 계속 이어지면 전 세계 젊은 과학자들에게 홍콩의 과학기술 육성 의지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의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 행보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앤디 웡 홍콩투자청 I&T 책임자는 “최근 몇 년간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벤처기업 30곳 이상에 51억 달러(약 6조6000억 원)을 투자했다”며 “앞으로 I&T 분야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리 행정장관은 “홍콩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인재를 육성, 유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 50여 명이 홍콩에서 교수와 연구자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 수십 명을 더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콩=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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