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전쟁은 美의 ‘중동 떠나기’가 불러온 새 안보지형의 결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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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가들 새로운 합종연횡 속 설 자리 잃은 하마스 행동 나서
‘아랍의 봄’이 몰고온 변화 등 다양한 각도서 중동 상황 분석
◇최소한의 중동 수업/장지향 지음/300쪽·1만9000원·시공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지배세력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일으킨 이스라엘 침공은 중동 국가들의 합종연횡과 내부의 저항으로 위기에 
처한 하마스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호스니 살라가 이 지역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이번 무력
 충돌이 나기 전 소셜미디어와 무료 사진 사이트에 올린 사진. 사진 출처 픽사베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지배세력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일으킨 이스라엘 침공은 중동 국가들의 합종연횡과 내부의 저항으로 위기에 처한 하마스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호스니 살라가 이 지역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이번 무력 충돌이 나기 전 소셜미디어와 무료 사진 사이트에 올린 사진. 사진 출처 픽사베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7일(현지 시간) 시작된 새로운 중동전쟁은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와 적대적인 세계 여론을 무릅쓰고 하마스는 왜 민간인 납치를 비롯한 모험을 감행했을까. 이 책은 전쟁이 벌어지기 직전 마무리돼 이를 직접 설명하는 내용은 없다. 그러나 책 속의 ‘아브라함의 이름으로,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장을 펼치면 전쟁을 불러온 최근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아랍-이스라엘 데탕트’를 선언했다. 이 합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건설 없이 이스라엘과의 국교는 없다’는 아랍 세계의 금기를 깨뜨렸다. 두 나라의 협력은 동맹에 가까웠다.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연합훈련을 시행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그 배경을 ‘미국의 중동 떠나기를 대비한 안보 보험’으로 설명한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 축소가 가시화되면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튀르키예, 이란 등 앙숙들 사이에 새로운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까지 목전에 이르자 설 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하마스는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내홍 및 극단화도 위기의 원인이었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 이후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영토를 내줬다’는 국민들의 분노 속에 의석을 잃었고, 우파 강경 노선이 득세했다.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의 무능과 폭압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위기에 처한 하마스는 존재감을 부각하고자 이번 전쟁 이전부터 무모한 이스라엘 공격을 반복했다.

가자지구의 위기는 책 내용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는 법 집행력과 사회 화답력(개방성)을 기준으로 중동 국가들을 네 부류로 나눈 뒤 사우디, UAE, 카타르, 바레인 등 ‘개방적 왕정 국가’의 변혁에 특히 주목한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는 튀니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억압적 권위주의를 떨치지 못한 미완의 혁명이었다. 혁명으로 인한 예상 밖의 수혜자는 부유한 개방적 왕정 국가의 시민들, 특히 35세 이하의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중시한 종교, 가족, 공동체 대신 실용주의와 민주주의, 세계화를 더 중시했고 ‘혁명 도미노’에 위협을 느낀 사우디나 UAE 등의 산유 왕정은 청년층의 여론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중동의 정치적 지형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저자의 시선은 ‘중동에서 일어나는 역동성은 내부의 여러 행위자가 자원 배분을 둘러싸고 벌이는 치열한 권력 다툼과 경쟁의 역동적인 결과물이다’라는 데 집약된다. “중동은 젊은 지역이고 새로움이 꿈틀거린다. 손익계산과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을 이해한다면 ‘왜 중동에서는 비합리적인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아랍의 봄#중동 떠나기#전쟁#하마스#이스라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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