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 당한 ‘加 이주민 음악’ 상상 복원
식민지 베트남의 차별-혼란 등 다뤄
韓 “관객들 고정관념서 벗어나길”

● 잊힌 기억, 예술적 상상력으로 복원
현대미술에서 정체성은 끊임없이 논의되지만 대부분 아프리카, 아시아 등 원주민의 정체성을 다룬다. 벨리보가 다룬 아카디아인은 백인 중에서도 제국주의에 희생된 여러 공동체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5일 개막해 이달 28일까지 열리는 캐나다 몬트리올 ‘모멘타 비엔날레’는 15개국 예술가 23명을 초청해 정체성 문제를 다각도로 다뤘다. 몬트리올 시내 16곳에서 개인전 형태로 열린 현장을 지난달 25∼29일 다녀왔다.
베트남 작가 투안 앤드루 응우옌의 설치 영상 작품 ‘조상의 유령이 되다’(2019년) 역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시절 베트남에 관한 생소한 역사를 다뤘다. 당시의 동남아라고 하면 흔히 서구 제국주의 문제가 떠오르지만, 작가는 아프리카의 세네갈 다카르로 향했다. 프랑스 식민지 세네갈 출신으로 베트남에 주둔했던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였다.
● “고정관념 벗어나 어우러지길”

여러 전시장에선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가면을 쓰듯 다른 존재가 되기를 시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국 작가 마라 이글은 유튜브에서 수집한 앵무새의 말소리를 대사로 활용한 애니메이션 ‘프리티 토크’(2023년)를, 캐나다 작가 마리옹 르사르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그 폐해를 중세 이야기처럼 풍자한 영상 설치 작품 ‘후회의 소설’(2023년)을 선보였다.
국내 젊은 작가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독일 작가 히토 슈타이얼(슈타이에를)의 설치 작품 ‘소셜심’(202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일부 선보였던 멕시코 작가 나오미 링콘 가야르도의 ‘예감, 종말의 가면극 3부작’(2022년)도 눈길을 끌었다. ‘소셜심’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경찰들이 세계에서 수집한 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관련된 정보와 연계해 춤추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이를 통해 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억압을 비판한다. ‘예감…’은 환경 위기, 성 소수자 문제 등을 주제로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모멘타 비엔날레’는 1989년 시작돼 사진을 현대미술 장르로서 조명한 ‘무아 드 라 포토’(Le Mois de la Photo·사진의 달)가 전신이다. 현 디렉터인 오드레 제누아가 부임한 후 2017년 이름을 지금과 같이 바꿨다. 제누아 디렉터는 “영상을 포함한 여러 현대미술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몬트리올=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