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요구했던 前연인 보복살해범, 1심 무기징역 나오자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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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8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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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전 연인을 살해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지난 6월 1일 서울금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전 연인을 살해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지난 6월 1일 서울금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1시간여 만에 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자신을 사형해달라고 요구했다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씨(33)는 지난 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 씨는 수감 중인 서울남부구치소에서 항소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자필로 ‘항소합니다’라고만 적어 제출했다. 검찰도 같은 날 항소장을 냈다.

김 씨는 지난 5월 26일 오전 7시 17분경 서울 금천구 시흥동 상가 주차장에서 연인 사이였던 A 씨(47)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일 새벽 A 씨의 데이트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 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A 씨와 함께 자주 갔던 피시방이 있는 지하주차장에 잠복해 있다가 뒤이어 피해자 조사를 마치고 나온 A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 김 씨는 의식을 잃은 A 씨를 차량에 태워 달아났고 같은 날 오후 경기 파주의 공터에서 검거됐다.

A 씨는 차량 뒷좌석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A 씨는 납치당한 후에도 약 1시간 40분간 살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지난달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죄를 지은 내가 나라의 세금으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게 과연 맞느냐”며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최후 진술했다. 그는 “요즘 뉴스로 살인과 보복살인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겁고 슬펐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내게 사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터넷에 ‘살인’ ‘살인 계획’ 등을 검색하고 피해자와 자주 방문하던 피시방 지하주차장에서 흉기를 들고 피해자가 나오길 기다렸던 점에서 계획적인 범행이 인정된다”며 “피해자는 상당 시간 살아있으며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으나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획적 살인을 저지르고 범행이 잔혹하다는 점에서 죄책이 크고 생명 경시 태도와 높은 재범 가능성을 고려해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사형시켜달라고 주장했으나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사형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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