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조 불었다” 코스닥 6위→1위…에코프로, 공매도마저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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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23일 1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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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가 지난 7월10일 장중 100만원을 기록하면서 16년 만에 코스다 ‘황제주’에 오른 모습.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에코프로 주가가 나오고 있다. 2023.7.10/뉴스1
에코프로가 지난 7월10일 장중 100만원을 기록하면서 16년 만에 코스다 ‘황제주’에 오른 모습.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에코프로 주가가 나오고 있다. 2023.7.10/뉴스1
에코프로(086520)는 올해 1월2일 10만6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 첫날 종가는 11만원이었다. 이후 전날엔 126만1000원을 기록하며 이날까지 115만1000원, 1046% 급등했다. 2조7301억원이던 시가총액은 전날 기준 37조5775억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요동쳤다. 1월2일 기준 코스닥 시총 6위였던 에코프로는 전날 종가 기준 1위로 올라섰다. 에코프로가 자회사 에코프로비엠(247540)마저 제치고 코스닥 대장주에 오른 순간이다.

23일 오전 9시15분 기준 에코프로는 전날보다 1만원(0.79%) 하락한 125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에코프로비엠이 더욱 큰 폭(1만원, 2.96%)으로 하락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전날 에코프로가 8만6000원(7.32%)이나 급등하다보니 숨고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가 코스닥 대장주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 2년여간 코스닥 대장주는 에코프로비엠이 주도하는 가운데 이 회사가 무상증자 권리락 등으로 주가가 잠시 하락한 사이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일시적으로 올라서는 수준이었다.

에코프로의 경우 지난해 연초만 하더라도 시가총액이 6100억원에 불과했다. 코스닥 시총 순위는 16위였다.

그러다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이차전지(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부품주 에코프로그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동안 2차전지 배터리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등에 집중됐던 시장의 관심이 부품, 소재주로 옮겨 가면서 에코프로비엠이 우선 상승한데 이어 지주사인 에코프로까지 덩달아 몸값이 높아진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은 당시에도 이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라있는 상태였지만,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이때부터 가파른 상승을 시작해 1년 만인 올 초엔 10계단 상승한 코스닥 시총 6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다 에코프로비엠마저 제치고 현재 1위까지 차지한 것이다.

◇공매도 쇼트스퀴즈로 ‘황제주’ 등극

7월 한달간 이차전지(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공매도 강제 상환(쇼트 스퀴즈)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086520) 등 주요 2차전지 종목의 경우 공매도 잔고가 최대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투자자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포스코홀딩스(005490)는 공매도가 4배 이상 폭증했다. ⓒ News1
7월 한달간 이차전지(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공매도 강제 상환(쇼트 스퀴즈)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086520) 등 주요 2차전지 종목의 경우 공매도 잔고가 최대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투자자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포스코홀딩스(005490)는 공매도가 4배 이상 폭증했다. ⓒ News1
에코프로의 급격한 상승은 회사 자체의 경쟁력 및 밝은 실적 전망과 함께 공매도 세력의 ‘항복’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의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에 올라섰던 7월엔 공매도 강제 상환(쇼트 스퀴즈)이 일어났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코프로는 주가 급등에 따라 공매도가 크게 늘면서 6월말 기준 공매도 잔고가 166만539주에 달했었다. 그런데 이 잔고가 7월말에는 60만5510주로 63.54% 급감했다. 7월 한달 외국인이 에코프로를 1조1552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 금액의 상당부분이 공매도 상환비용인 것으로 시장은 파악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차후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투자기법이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면 공매도를 쳤던 기관은 손실이 무한대로 커진다.

더구나 상승흐름이 지속될 수록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는데, 이 경우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즉시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강제로 비싼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쇼트 스퀴즈라 한다. 해당 종목에 대한 포지션 변화로 자발적으로 빌린 주식을 상환하는 ‘쇼트 커버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 경우 주가는 급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7월 한달간 에코프로의 주가는 75만4000원에서 120만7000원으로 60.0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의 공매도 잔고 역시 452만1873주에서 278만1261주로 38.49% 감소했고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8월 들어선 공매도 잔고가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에코프로의 지난 8월18일 기준(최신) 공매도 잔고는 74만7425주로 7월말과 비교하면 14만주 가량이 늘었다. 일단 공매도 물량을 상환했던 세력이 다시 매도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 형제 시총비중 15% 달해…쏠림현상 우려

다만 에코프로 형제에 대한 시장의 ’쏠림현상‘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3일 기준 에코프로의 코스닥 시가총액 비중은 0.6%에 불과했다. 같은기간 에코프로비엠의 시총 비중은 2.35%다.

에코프로의 시총 순위가 10계단이나 뛴 올 초까지도 코스닥 시총 비중은 0.89%에 그쳤다. 에코프로비엠은 2.93%의 비중이었다.

그런데 에코프로의 주가가 1000% 이상 뛰면서 코스닥의 자금이 에코프로에 집중되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23일 기준 에코프로의 코스닥 시총비중은 7.72%에 달한다. 에코프로비엠의 비중은 7.41%다. 올 초까지 두 회사의 시총 합산 비중이 4%에 미치지 못했지만 불과 8개월 사이에 15%를 웃도는 수준까지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역대 코스닥 대장주의 시총 비중도 3%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에코프로 형제에 쏠림현상이 얼마나 큰지 비교해볼 수 있다.

쏠림현상이 심할 경우 이들 한두종목의 등락이 전체 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나 기관투자자,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지수형 ETF‘ 등 지수 추종 투자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변동폭이 큰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건전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증권사 센터장은 “30년 가까이 시장을 봐왔지만, 코스닥 시장에서 특정 종목 비중이 15%에 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어느 시장이든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과도할 경우 시장의 건전성이 하락할 수 있고 지수 괴리율 측면에서 해당 종목에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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