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극장가 ‘바벤하이머’ 열풍…“생에 한 번 있을 경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4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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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오펜하이머’ 북미 동시 개봉
주말 사흘간 흥행 합쳐 3000억 원 넘겨
관객들, 핑크색 옷 입고 5시간 마라톤 관람
관객 스펙트럼 예상보다 넓어 흥행 성공
‘바비’ 남성 35% ‘오펜하이머’ 18~24세 32%

24일(현지 시간) 미국 대중문화 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21일 북미 동시 개봉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23일까지 사흘간 각각 1억5500만 달러(약 1994억 원), 8050만 달러(약 1035억 원) 흥행 수입(추정치)을 올렸다. ‘바벤하이머(바비+오펜하이머)’ 축제 분위기 속 지난 주말은 북미 역대 4번째로 티켓 판매액이 많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역대 1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2위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3위는 ‘스타 워즈: 깨어난 포스’가 각각 개봉한 주말이었다.

영화관에 관객 인증샷을 위해 설치된 대형 바비 인형 포장 상자에 들어간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찍어주는 모습. 이 사진을 비롯해 영화 ‘바비’ 관람에 관한 다양한 인터넷 밈(meme)이 주말 사이 큰 인기를 얻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영화관에 관객 인증샷을 위해 설치된 대형 바비 인형 포장 상자에 들어간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찍어주는 모습. 이 사진을 비롯해 영화 ‘바비’ 관람에 관한 다양한 인터넷 밈(meme)이 주말 사이 큰 인기를 얻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영화관에는 바비를 떠올리는 분홍색 옷을 입고 두 영화를 잇달아 보러 온 관객도 적지 않았다. 바비에는 여성, 오펜하이머에는 30대 이상 관객이 몰릴 거란 예상도 깨졌다. 바비 관객 중 남성은 35%, 오펜하이머 관객 중 18~24세가 32%를 차지했다.

소문난 영화광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23일 미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오펜하이머 관람을 마치고 바비 영화표를 사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타란티노 감독과 이날 같이 바벤하이머를 본 영화 ‘펄프픽션’ 각본가 로저 애버리는 트위터에 “멋진 관객들과 상영관에서 다같이 소리치고 환호하며 영화를 봤다. 바비 등장인물처럼 입고 온 관객도 많았다. 이런 경험은 오랜만이었고 정말 좋았다”고 썼다.

한 미국 크리에이터가 영화 ‘바비’ 개봉 전날인 20일(현지 시간) 올린 숏폼 상황극. 24일 현재 좋아요 96만 개를 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몰래 영화 바비를 관람하려던 남성이 영화관 주차장에서 바비를 보러 온 친구들과 우연히 만나 함께 영화관으로 가는 내용이다. 남성들 모두 분홍색 티셔츠, 모자 등 분홍색 옷가지를 걸친 모습이다. (인스타그램 ‘Jay Will’ 캡처)
한 미국 크리에이터가 영화 ‘바비’ 개봉 전날인 20일(현지 시간) 올린 숏폼 상황극. 24일 현재 좋아요 96만 개를 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몰래 영화 바비를 관람하려던 남성이 영화관 주차장에서 바비를 보러 온 친구들과 우연히 만나 함께 영화관으로 가는 내용이다. 남성들 모두 분홍색 티셔츠, 모자 등 분홍색 옷가지를 걸친 모습이다. (인스타그램 ‘Jay Will’ 캡처)
특히 오펜하이머는 푯값이 비싼 아이맥스 상영관 흥행에도 성공했다. 오펜하이머는 주말 관객 47%가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봤다. 아이맥스 측은 “새벽 4시 상영도 매진될 정도로 관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작업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지휘한 천재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다. ‘인터스텔라’(2014년) ‘덩케르크’(2017년) 그리고 ‘배트맨’ 시리즈 같이 아이맥스용으로 촬영한 대작 흥행에 성공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이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킬리언 머피. 오펜하이머는 R등급(18세 이상 관람가)을 받고, 대화 중심의 어두운 영화로 알려져 개봉 전에는 대규모 흥행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왔다. 북미 기준 개봉 주 주말 티켓 판매액 예상치는 5000만 달러였으나 결국 8050만 달러 흥행에 성공했다. (유니버셜픽처스 제공)
바비는 근심 걱정 없이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바비랜드에 살던 바비가 현실 세계로 떠나는 여정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그레타 거위그 감독은 영화 ‘레이디 버드’(2017년)로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작은 아씨들’(2019)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명감독이다.

마블이나 DC에서 제작한 프렌차이즈 시리즈가 아닌 오리지널 각본 영화가 관객을 영화관으로 끌어낸 것은 오랜만이라고 미국 언론은 평가했다. 성격이 판이한 두 영화가 오히려 시너지를 낸 데다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작품이어서 만족감이 컸다는 것이다.

영화 ‘바비’에서 전형적인 ‘바비’ 역을 맡은 마고 로비. 바비는 사운드트랙에 팝스타 두아 리파, 니키 미나즈, 빌리 아일리시 등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버라이어티는 ‘바벤하이머’는 영화관에 가는 이유를 상기시키는 이정표가 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영화는 바비와 오펜하이머라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IP(지식재산권)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며 “거윅은 거윅답게, 놀란은 놀란답게 관객에게 두세 시간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두 작품은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평점도 각각 90%, 94%를 받으며 인정받았다.

북미 밖에서도 바벤하이머 열풍은 불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28세 여성 노에리아 나이그로 씨는 “아르헨티나에서도 두 영화가 동시 개봉하기를 기도했다. 바벤하이머는 인생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한 특별한 일”이라며 하루에 두 편을 다 보겠다고 버라이어티에 말했다. 북미를 제외한 세계 주말 실적은 바비 1억8820만 달러, 오펜하이머 937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에서 19일 개봉한 바비는 23일까지 전국에서 26만 명이 관람했다. 오펜하이머는 다음 달 15일 개봉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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