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코앞 후쿠시마…“방류 안전” 강조 속 원전 내부는 여전히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3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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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이 21일 본보 등 외국 기자들에게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를 공개했다. 사진은 폐로를 추진 중인 1~4호기의 모습.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지붕이 날아가거나 찌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이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도쿄전력이 21일 본보 등 외국 기자들에게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를 공개했다. 사진은 폐로를 추진 중인 1~4호기의 모습.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지붕이 날아가거나 찌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이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오염수 방류 관련) 절차는 모두 끝난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가 방류 시기를 결정할 것입니다.”

21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한국 등 해외 취재진과 만난 마쓰모토 준이치 도쿄전력 이사는 오염수 방류 준비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 준비를 마친 뒤 처음으로 동아일보를 비롯한 해외 언론에 원전 내부를 공개했다. 도쿄전력 측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 정화 장치, 바닷물 희석 등을 통해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원전 내부를 돌아보니 2011년 수소 폭발 사고가 일어난 원자로 건물 인근에서는 지금도 방사능 수치가 외부의 수십~수백 배에 달했다. 사고 당시 원자로 지하로 녹아내린 핵연료 제거 등은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었다.

● “이상 발견 시 10초 내 방류 중단”

원전에 도착한 취재진은 신분 확인 후 방사선 측정용 선량계를 착용하고 신체 피폭량을 측정했다. 원전에 들어가기 전과 나온 뒤 몸 안의 방사성 물질량을 비교 점검하기 위해서다.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소매, 반바지는 착용이 금지됐다.

도쿄전력 측은 이날 80마이크로시버트(μSv) 이상 피폭이 확인되면 취재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을 비행기로 오갈 때 자연적으로 받는 피폭량이 100μSv 수준이라며 안전하다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설치된 오염수 탱크. 원전에는 높이 15m의 거대한 오염수 탱크가 1000개 가량 설치됐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버스를 타고 원전 내부로 들어가자 거대한 원통 모양의 물탱크가 가득했다. ALPS 처리를 마친 오염수 탱크였다. 오염수 1000t가량이 담긴 높이 15m의 탱크가 후쿠시마 원전에 1000기 넘게 있다. 원전 부지 포화로 인해 더 이상 내부에 탱크를 설치할 수 없는 데다 지진, 해일 발생 시 무방비로 바다로 흘러갈 수 있어 오염수를 계획적으로 조금씩 방류해야 안전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 설치된 오염수 희석용 장치. 지름 2.2m의 하늘색 배관으로 바닷물을 끌어들여 오염수를 희석한 뒤 바다에 방류한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오염수가 방류될 해안가에 거대한 하늘색 배관도 눈에 띄었다. 지름 2.2m로 오염수에 희석할 바닷물을 끌어오는 시설이다. 정화 처리를 마친 오염수는 삼중수소 농도가 1L당 1500베크렐(Bq) 미만이 되도록 오염수의 100배 이상 바닷물로 충분히 희석해 바다로 보내진다고 도쿄전력 측은 강조했다. 또 “하루 최대 500t까지만 방류하기 때문에 지름 10cm 배관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재를 안내한 도쿄전력의 담당자는 설비의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하기 전에 분석해 방사성 물질 농도 등에 이상이 감지될 경우 2개의 긴급 차단 밸브를 통해 10초 안에 방류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 현장 인근 방사능 농도는 아직 ‘위험’

방류 설비 옆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폭발한 1~4호기 원자로 건물이 있다. 사고 12년이 지난 지금도 앙상하게 남은 철골, 부서진 내부 건물 등이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짐작케 했다.

사고 현장을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원자로 건물에서 약 80m 떨어져 있다. 원전 입구에서 시간당 0.1~1μSv였던 방사선량은 이 곳에 도착하니 시간당 61μSv까지 높아져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없었다. 핵연료가 녹아내린 원자로 내부 바닥 근처에서도 인체에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 때문에 로봇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11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건물에서 80m 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된 방사선량 계측기가 61.3μSv를 가리키고 있다. 원전 입구보다 수십~수백 배 높은 수준이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도쿄전력 측은 “권위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석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며 한국 등 해외 취재진에게 이 시설을 공개한 것 또한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방류 시 어느 나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지를 묻자 이 담당자는 “원전 10km 밖에서부터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며 어떤 나라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올 여름 방류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들의 반발 여론에도 다음달에는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후쿠시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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