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을걸? 전통주 관련 상식5 [브랜더쿠]

  • 인터비즈
  • 입력 2023년 7월 5일 15시 00분


코멘트
‘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크~ 국뽕에 취한다.. 남들 다 마시는 소주, 맥주 말고 힙한 K-술 전통주로!"

MZ 세대 사이에서 전통주 열풍이 대차게 불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전통주 커뮤니티 '백술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홈페이지 방문자 수의 55% 이상을 2030세대가 차지했다. 판매량 비중에선 증류주와 막걸리가 41%로 가장 높았다.

한편 '특별한 맛과 패키지'에 매료돼 전통주를 구매하는 젊은 층은 많지만 전통주를 제대로 이해한 채 소비하는 이들은 적은 편이다. 전통주에 대한 올바른 상식이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 한 예로 60년 이상 된 장수막걸리는 사실 알고 보면 전통주가 아니다.

단순히 유행을 따라 우리 술 전통주를 소비하기보단 제대로 이해한 채 마신다면 그 맛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을 터. 전통주란 정확히 무엇이며 마트에 즐비한 소주와 맥주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주 외길 인생만 14년 차, 압구정 외식 상권을 평정한 국내 최대 전통주 전문점 백곰막걸리의 이승훈 대표가 전린이들을 위해 나섰다. 14년째 취해있는 낭만 취객으로부터 전통주 입문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들어보자.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_출처: 백곰막걸리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_출처: 백곰막걸리

브랜더쿠. 국내에서 전통주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나?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 전통주는 법적 기준으로 크게 민속주와 지역 특산주 이렇게 2가지로 나뉜다. 민속주는 무형문화재 또는 식품명인이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을 일컫는다.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 단체와 어업경영체 및 생산자 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제조장 소재지 및 그 인접 시·군·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로서 시·도지사의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이다. 정리하면 민속주는 누가 제조하냐에 따라, 지역 특산주는 어떤 원재료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주세법상 술의 종류가 총 12가지로 분류되는데 그중 위스키, 브랜디, 맥주, 주정을 제외한 8가지 술은 모두 전통주로 지정될 수 있다.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소주, 일반증류주, 리큐르, 기타 주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 (표1 참조)

전통주의 법적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타 주류와 달리 파격적인 혜택을 받아서다. 이를테면 전통주의 경우 주세가 50% 감면되고 온라인에서도 판매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가의 전통주들은 어떤 점이 특별하며 전통주를 음미할 땐 어떤 맛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하나?

전통주 가격은 보통 재료와 제조 기간에서 결정된다. 막걸리를 예로 들어보자. 국내 막걸리 시장의 약 70% 제품은 수입 쌀을 사용하거나, 국산 쌀 중에서도 주로 나라미*를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원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프리미엄 막걸리는 특정 산지에서 재배된 고품질의 쌀을 활용한다.

*나라미: 정부가 비축해놓는 쌀로, 대부분 쌀 가공식품에 활용됨.

다음으로 중요한 건 제조 기간이다. 저렴한 막걸리를 만들 땐 1주일이면 충분하지만, 고급 청주나 증류주 중에서는 100일 이상 혹은 몇 년에 걸쳐 숙성이 필요한 제품도 있다. 제조 기간이 길어질수록 필요한 공간과 인력 역시 배가 되므로, 일반 제품 대비 수십배 이상 비싸질 수 있다.

전통주는 여러 맛으로 채워지지만 주로 단맛과 신맛을 논한다. 단맛은 쌀과 물의 첨가량, 신맛은 온도조절 등 양조 방법에 따라 좌우되지만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특히 감미료 등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품질 좋은 곡물을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오래 숙성한 술에서는 꽃 향, 과실향 등 좋은 향기와 맛이 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김치처럼 전통주에서도 지역마다 정형화된 특징이 있는지?

요즘엔 예전처럼 지역별로 뚜렷한 전통주 맛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제조 기술이 상당 부분 발전한 데다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술을 만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묘하게나마 지역별로 드러나는 전통주의 특징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제주도와 부산처럼 바다와 밀접하고 습한 지역에서는 전통주의 산미가 두드러진다. 반대로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의 전통주에서는 산미가 높지 않다. 서울, 경기권 지역은 장수막걸리와 같은 생막걸리의 영향으로 약간의 탄산과 청량감이 있는 전통주도 더러 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전통주 관심사가 높아진 이유는?

지금도 전통주 입문자들은 대부분 막걸리로 시작한다. 2016년부터 막걸리와 더불어 전통주까지 전체적인 인기가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대중의 관심이 막걸리에서 시작해 전통주 전역으로 확산한 것이지 갑자기 극적으로 전통주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통주 주점 등 손님과의 접점이 늘어난 것도 주효했다.

특히나 MZ 세대 손님 중에는 전통주의 역사와 전통 때문에 좋아하기보단 술의 맛과 힙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같은 맥락으로 전통주를 적극적으로 기획한 박재범의 원소주가 전통주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사실 현재 전통주 관련 법률은 법적 전통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 특산주를 기준으로 제조방식보다는 제조 재료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위스키, 브랜디, 맥주를 제외한 와인, 보드카, 럼, 진, 사케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다양한 주류들이 전국 각지의 다양한 농산물로 빚어지며 전통주로 분류되기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여지와 접할 수 있는 전통주, 관련 창업가 등이 많아지며 전통주 시장이 개방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원소주_출처: 원소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원소주_출처: 원소주

전통주를 잘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전통주의 종류는 워낙 다양해서 처음 입문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때문에 전통주를 시도하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전통주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전통주 전문점이나 전통주 보틀샵에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전통주를 지속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에게 원하는 취향을 얘기한 후 그에 맞는 술을 추천받는 것이 가장 좋다.

또 전통주는 유일하게 법적으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술이기 때문에 궁금한 술이 있다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간단히 즐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인터비즈 방지혜 인턴 기자 bjh2972@naver.com
인터비즈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
#브랜더쿠#전통주#백곰막걸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