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춤 만든 한국무용 대모 김백봉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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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때 최승희 만나 무용의 길
1954년 발표 부채춤, 한국춤 상징
화관무-장고춤 등 600여편 창작

2012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명작명무전’ 공연에서 김백봉 무용가가 부채춤을 추고 있다. 고인은 “한평생 좋아하는 춤을 춰 행복했다”고 자주 말했다. 김백봉부채춤보존회 제공
2012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명작명무전’ 공연에서 김백봉 무용가가 부채춤을 추고 있다. 고인은 “한평생 좋아하는 춤을 춰 행복했다”고 자주 말했다. 김백봉부채춤보존회 제공
‘부채춤’과 ‘화관무’를 만든 한국 신무용의 대모 김백봉 경희대 명예교수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의 본명은 김충실이다. 무용가로 나서며 발레 ‘백조의 호수’의 ‘백’자와 평양 ‘모란봉’의 ‘봉’자를 따서 예명을 ‘백봉’으로 지었다. 고인은 열네 살 때인 1941년 한국 근대무용을 이끈 최승희(1911∼1969)를 만나며 무용가의 길을 걸었다. 1943년 최승희무용단에 입단해 아시아 각국에서 순회 공연을 했고, 이듬해 최승희의 시동생인 무용이론가 안제승 씨(전 경희대 교수·1996년 작고)와 결혼했다. 이후 1946년 최승희 부부와 함께 월북했다.

1947년 평양 국립극장에서 첫 개인 발표회를 열어 ‘고전형식’을 선보였다. 이는 1960, 70년대 한국 국제문화사절단의 주요 레퍼토리이자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2000명이 함께 춰 세계를 놀라게 한 ‘화관무’의 원형이다. 당시 결혼식에 사용되던 고전 복식과 장신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고인은 남편과 월남했다. 1953년 김백봉무용연구소를 설립했다.

고인은 1954년 서울시공관에서 한국 신무용의 상징이 된 창작춤 ‘부채춤’을 발표했다. 화려한 부채들이 뱅글뱅글 돌아가며 꽃봉오리처럼 피어나고, 파도처럼 일렁이며 우아한 곡선을 만들어내는 부채춤은 서울 올림픽 이후 국제사회에서 한국 춤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2018년 멜론뮤직어워드(MMA) 무대에서 한복을 입고 선보여 화제가 된 춤의 원조다.

고인이 만든 창작품은 600여 편에 이른다. ‘장고춤’(1959년) ‘만다라’(1996년) 등 독무와 군무, 무용극 등을 다채롭게 오갔다. 2015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국제춤축제연맹이 수여하는 ‘대한민국을 빛낸 최고 명인상’ 수상자로 2016년 선정됐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유족으로는 장남 안병철 경희청한의원장, 딸 병주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나경 김백봉춤연구회 이사장, 사위 장석의 씨, 손녀 안귀호 춤이음 부대표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7시. 02-2227-7500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김백봉#부채춤#한국무용 대모#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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