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장 위기는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기고/조홍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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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유보된 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전기·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라는 원칙은 무시되었으며, 물가 안정과 국민의 부담을 생각한다는 핑계는 오히려 에너지와 금융을 공멸의 길로 몰아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에너지 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가격 인상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전기와 도시가스 도매가격을 결정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천연가스 현물 가격이 2020년 5월 대비 2022년 8월 약 100배 올랐으며 그에 따라 유럽은 전기·가스요금을 2022년 1분기 대비 최소 2배 이상 올려 우리 요금의 3배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방기와 전쟁의 여파로 유럽이 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함으로써 국제 천연가스 가격을 급격히 올린 결과이다.

국내적으로 지난 정부부터 급격히 추진해 온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일변도는 요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지리적 한계로 계통연결,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등으로 요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으며 전력시장 안정화를 위해 천연가스 발전량이 늘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도시가스 도매요금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들의 단가가 급격히 올랐다.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입장에서 한국가스공사는 채권을 발행해 지급하고, 발전사가 외국에 대금 지급을 할 수 있도록 한국전력은 채권을 발행해 발전 비용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소매요금이 이를 반영해주지 않으니 한전은 2022년 한 해 적자가 32조 원, 순 총부채가 150조 원으로 부채 비율 459%이다. 가스공사도 미수금이 약 12조 원에 육박한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가스요금이 가져올 후폭풍은 이제 곧 공멸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요금이 오르지 않으니 시민, 기업은 에너지를 절감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지금 내가 사용한 전기와 가스 요금은 다음 사용자가 내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데 에너지 요금까지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겨선 안 되지 않을까? 더 나아가 현재 한전과 가스공사는 채권 발행을 통해 적자를 메우고, 거기에 이자까지 부담하고 있다. 즉, 요금에 더해 이자까지 미래 세대에 전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막대한 채권 발행으로 기업들이 금융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기업 채권은 우량채이고 금리도 상당히 높다. 투자자들은 사기업 채권을 구매하기보다는 공기업 채권을 다량 매수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결국 기업의 파산과 해고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에 대출해준 금융권의 리스크도 커진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로 인하여 금융권 부실을 키우고 있으며 산업은행도 위험에 대한 노출이 늘어나고 있어서 금융위기로 번지기 전에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하는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요금을 정상화함으로써 금융권 위험으로의 전이를 막고 미래 세대에 죄를 짓지 않게 되길 바란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에너지 시장 위기#금융위기#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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