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책 실패로 은행파산” vs “트럼프 잘못된 규제완화 탓”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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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민주, 은행파산 책임 공방
트럼프 “1929년보다 큰 대공황 올 것”
공화 대선주자들 ‘바이든 때리기’
바이든 “지역은행 규제 푼 게 도화선”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 미 테크 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가상화폐 전문은행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를 두고 ‘네 탓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바이든 정부의 정책 탓”이라며 공세에 나서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 행정부 때 지역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탓”이라며 맞서고 있다.

● 공화당 주자들 “바이든 정책이 은행 자금난 불러”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오전 주식시장이 문을 열기 전 서둘러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재무부 등이 앞서 발표한 대책을 직접 브리핑하며 파산한 SVB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 파산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줄이도록 의회와 금융당국에 은행 관련 규제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급한 불 끄기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 때리기에 나섰다.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을 부추겼고, 그 결과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들의 자금난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1929년보다 더 크고 강한 대공황을 맞을 것이다. 은행이 벌써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1920년대 말 대공황기 대통령이었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가장 바보 같은 증세로 조 바이든은 우리 시대의 후버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SVB가 다양성, 성평등, 환경 등 진보 의제에 관심을 쏟으며 핵심 임무에 집중하지 않았다”며 “미국에는 거대한 연방 관료체제가 있음에도 그들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또한 SVB 고객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한 조치를 사실상의 ‘구제 금융’이라고 규정하며 “SVB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납세자가 책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바이든 “트럼프 때 규제 대폭 완화한 게 원인”
SVB를 비롯한 미국 중소형 은행의 잇따른 파산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감행한 금융규제 완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발생 2년 뒤인 2010년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법을 개정해 건전성 규제 대상이 되는 은행의 자산 기준을 500억 달러(약 65조 원)에서 2500억 달러(약 325조 원)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중견 은행들은 매년 받아야 했던 재무건전성 평가를 격년으로 받거나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무너진 SVB(자산 2090억 달러·약 271조 원)와 시그니처은행(자산 1104억 달러·약 143조 원)도 여기에 해당한다.

집권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지역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이번 파산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도드-프랭크법을 거론하며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했던 금융 규제를 트럼프 행정부가 풀면서 이런 사달이 났다”고 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트위터에 “트럼프 시대의 위험한 규제 완화를 되돌려야 한다”고 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도 전날 성명을 통해 “SVB의 실패는 트럼프가 서명한 은행 규제 완화 법안의 결과”라고 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청 트럼프 전 대통령 대변인은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중을 ‘가스라이팅’하려는 슬픈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바이든#트럼프#공화당#민주당#은행파산#책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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