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제작비로 최대 공포”…페이크다큐 호러의 ‘가성비’[이승미의 연예위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4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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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이 비디오’ 스틸
‘마루이 비디오’ 스틸
다큐멘터리 PD와 기자가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보관된 절대 유출되면 안 되는 영상물, 이른바 ‘마루이 비디오’를 겨우 찾아냈다. 비디오에는 1992년 동성장 여관방에서 발생한 섬뜩한 살인사건이 담겼다. PD와 기자는 해당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22일 개봉한 ‘마루이 비디오’에 담겼다.

다큐멘터리로 제작됐지만 1992년 동성장 살인사건은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니다. PD와 기자도 진짜가 아니다. 가짜 상황을 진짜 일어난 것처럼 담아낸 ‘페이크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마루이 비디오’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실제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하위 장르인 ‘파운드 푸티지 호러’다.

‘마루이 비디오’처럼 대부분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호러 장르의 틀 안에서 제작된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려 영화 속 공포를 바로 관객의 옆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셈이다.

‘곤지암’, ‘랑종’, ‘목두기 비디오’ 스틸
‘곤지암’, ‘랑종’, ‘목두기 비디오’ 스틸

○‘목두기 비디오’에서 ‘곤지암’까지
국내외 작품을 통틀어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호러는 2018년 개봉한 한국화 ‘곤지암’이다. 곤지암 남양정신병원에 대한 각종 도시전설을 기반으로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난 7명의 젊은 청년들이 겪는 일을 소름끼치게 담았다. ‘기담’ 등을 만든 충무로 대표 호러 영화 연출자 정범식 감독이 만든 영화는 267만 관객을 모아 ‘장화, 홍련’(누적관객 314만 명)에 이어 한국 호러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으며 제작비(약 11억 원)의 20배의 달하는 수익(약 214억 원)을 냈다.

2021년 개봉해 잔혹한 수위와 자극적 설정으로 윤리적 논란을 일으키며 83만 관객을 동원한 나홍진 감독 제작의 태국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도 페이크 다큐 호러로 큰 관심을 끌었다. 태국 이산 지역의 마을에서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한 가족이 경험하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그린 호러로 후속편인 ‘밍크’도 제작될 예정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페이크 다큐 형식의 호러 영화는 ‘마루이 비디오’를 만든 윤준형 감독의 전작인 2005년 개봉작 ‘목두기 비디오’다. 한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한 여관방에 설치된 조악한 몰래카메라에 찍힌 의문의 남성 형상을 좇다가 이에 얽힌 21년 전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마루이 비디오’의 대부분 설정과 내용이 ‘목두기 비디오’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마루이 비디오’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물론 ‘목두기 비디오’보다 화면부터 음향까지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됐지만 조악한 화면으로 완성한 ‘목두기 비디오’가 관객에게 훨씬 공포를 자아내는 건 아이러니처럼 느껴진다.

‘블레어 위치’,  ‘파라노말 액티비티’ 스틸
‘블레어 위치’, ‘파라노말 액티비티’ 스틸

○ 최소 제작비로 최대 수익 가능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페이크 다큐 호러 1997년 제작된 미국의 ‘블레어 위치’다. 1994년 영화학도 3명이 다큐멘터리 촬영 중 실종됐고 1년 후 그들이 찍은 필름만 발견돼 가족의 동의를 얻어 상영하게 됐다는 설정의 파운드 푸티지다. 개봉 당시 영화사는 출연자들의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는 방식으로 홍보에 나섰고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가 대중적이지 않던 당시 관객들이 가상이 아닌 실제 벌어진 일로 착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제작 및 홍보, 배급 등을 다 합친 제작비가 75만 달러(약 9억 2350만 원)에 불과했지만 글로벌 흥행수익은 제작비에 332배에 달하는 2억 4863만 달러(약 3228억 5787만 원)를 기록, 당시 제작비 대비 최대 수익을 낸 영화로 기네스북까지 올랐다.

2009년 개봉한 첫 번째 영화의 엄청난 성공으로 2021년까지 총 8편의 시리즈가 나온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계에서 가장 유명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호러다. 1만5000달러(1948만 원)의 초저예산으로 만든 1편은 전 세계에서 1억 9335만 달러(약 2509억 7582만 원)를 벌어들였다. 한 커플이 집안 곳곳 카메라를 설치해 밤마다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리와 알 수 없는 괴현상의 원인을 알아내려는 모습을 담았다.

이같이 최고의 가성비 영화라 할 수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호러의 시초이자 원조라 할 수 있는 영화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영화’ 중 한 편으로도 꼽히는 1980년 이탈리아의 ‘카니발 홀로코스트’다. 인류학자가 식인풍습을 지닌 원주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갔다가 실종된 다큐멘터리팀의 필름을 회수해 오는 내용을 담은 영화로 인류학자가 회수한 필름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했다. 인간을 사냥하거나 인육을 먹는 등 굉장한 수위의 끔찍한 장면이 다수 포함됐으며 1994년 국내 일부 극장에서 한정 개봉했을 당시 관객들이 영화를 보다 뛰쳐나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승미 스포츠동아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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