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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설 선물 되팔아요”… 고물가에 명절테크

입력 2023-01-25 03:00업데이트 2023-01-2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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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선물 싸게 되팔아 살림 보태기
‘선물세트’ 중고거래액 1년새 62%↑
‘스팸+코스피’ 햄스피 지표 등장
중고플랫폼이 자체 매입 나서기도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미개봉 선물세트들. 연초부터 고물가 이슈가 지속되며 올해 설에는 명절 선물을 중고 사이트에 되팔아 생활비에 보태는 ‘명절테크’ 현상이 뚜렷해졌다. 번개장터 화면 캡처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미개봉 선물세트들. 연초부터 고물가 이슈가 지속되며 올해 설에는 명절 선물을 중고 사이트에 되팔아 생활비에 보태는 ‘명절테크’ 현상이 뚜렷해졌다. 번개장터 화면 캡처
“설 선물로 받은 ‘○○○ 종합 16호 선물세트’를 판매합니다. 햄, 카놀라유, 사과식초 등 골고루 들어 있어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는 명절 선물세트를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직거래를 희망하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판매자는 시중에서 3만 원 안팎에 팔리는 선물세트를 2만3000원에 내놨다. 뜯지도 않은 제품인데 인터넷 최저가인 2만8170원보다 17% 쌌다. 구매 희망자가 바로 나타나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고물가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올해 설에는 명절 선물을 중고 사이트에서 되팔아 생활비 등에 한 푼이라도 보태려는 ‘명절테크’ 현상이 뚜렷해졌다. 되팔기 쉬운 가공식품은 시세까지 형성되며 중고 시세를 가늠하는 ‘햄스피’(스팸지수), ‘참스피’(참치지수)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 중고 거래액 뛰고 ‘햄스피’ ‘참스피’로 시세 비교
24일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직전 일주일간(1월 12∼19일) ‘선물세트’ 거래액은 전년도 설 연휴 직전 일주일(1월 24일∼2월 1일) 대비 62.44% 늘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올해 설은 허리띠를 졸라맨 이들이 유독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설 연휴 직전 사흘간 ‘선물세트’는 당근마켓 인기 검색어 1위를 달렸다.

명절 선물 되팔기가 확산되며 ‘햄스피’ ‘참스피’ 등 신종 지수도 등장했다. 명절 선물의 대표 주자 격인 ‘스팸’ ‘참치’ 등을 ‘코스피’와 합친 신조어로 각 상품의 100g당 가격을 뜻한다. 명절 선물세트가 쏟아지는 시기에 스팸, 참치 가격의 등락 폭이 큰 만큼 시세를 비교하기 위한 지표로 쓴다. 평소 햄스피는 1500∼1600원 선이지만 명절엔 일시적으로 공급이 과다해져 20∼30% 떨어진다. 24일 햄스피는 명절 끝물 매물이 늘면서 1280원 선으로 급락했다. 한 이용자는 “(스팸은)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생필품이라 평소 햄스피보다 쌀 때 쟁여 놓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 ‘명절도 긴축’ 허리띠 졸라매는 소비자들
명절 선물 되팔기 수요를 겨냥해 아예 중고 거래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생필품 선물세트 매입에 나서는 경우까지 생겼다. 중고나라는 지난해 추석부터 자체적으로 스팸 매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설에는 지난해보다 매입 예산을 두 배로 늘렸는데 매입 시작 이틀 만에 1000개 이상의 매물이 들어왔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중고 거래 경험과 재미를 높여 신규 고객 확보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지난해 추석 매입 물량은 전액 기부했고 올해 설 매입 물량은 편의점 택배를 이용해 시중 가격보다 90% 싸게 팔 것”이라고 했다. 올 추석엔 참치 등으로 매입 상품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설 연휴 기간의 긴축 모드는 중고 거래 품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직전 사흘간(18∼20일) 인기 검색어 순위 5위에 스팸이 올랐다. 지난해 명절만 해도 스팸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물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가공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설 선물을 대하는 관점도 실용주의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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