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전 부치지 마세요”…성균관, 차례 간소화 재차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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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16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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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함께하는 설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

지난해 설 연휴를 앞둔 대전 대덕구 푸른어린이집 원생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세배를 배우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설 연휴를 앞둔 대전 대덕구 푸른어린이집 원생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세배를 배우고 있다. 뉴스1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성균관)가 설을 앞두고 간소한 차례를 거듭 권고했다.

성균관과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함께하는 설 차례 간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추석 차례 간소화 발표에 이어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명절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 공수 자세 취한 뒤 몸 숙여 세배(歲拜)...덕담은 윗사람이 먼저

올바른 공수 손 자세.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제공
올바른 공수 손 자세.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제공


전배(展拜·세배 때 하는 절)는 공수 자세를 취한 후 몸을 굽혀 하면 된다. 복부와 주먹 하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두 손을 배꼽 높이에서 가지런히 모아 공수 자세를 취한다. 남성은 왼손이, 여성은 오른손이 위로 가도록 포갠다. 공수 상태에서 몸을 굽혀 손을 바닥에 대고 무릎을 왼쪽, 오른쪽 순을 바닥에 닿게 한 후 손등에 닿을 듯 말 듯 머리를 숙인다.
절을 할 때 무릎이 먼저 바닥에 닿도록 자세를 낮추고 이후 손을 바닥에 대도 된다. 여성은 손이 바닥에 대지 않도록 절을 해야 한다. 남녀가 함께 절을 하는 경우 윗사람이 볼 때 남성이 왼쪽, 여성이 오른쪽에 선다.

뉴스1

일어설 때는 오른쪽 무릎을 먼저 바닥에서 떼고, 두 손을 오른 무릎 위에 올린 후 왼 다리를 펴며 일어난다. 일어선 후 공수 상태에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읍(揖)을 한다.

성균관에 따르면 덕담은 윗사람이 먼저 하고 아랫사람은 건강 등을 기원하는 답례 발언을 하는 게 예법이다. 부부는 먼저 자신의 부모에게 세배한 후 자녀가 조부모에게 세배하도록 하는 게 순서다.

공수는 평소 서서 하는 인사인 입배(立拜)에서도 활용된다. 공수 상태로 허리를 대략 30~40도 굽히면 된다. 차렷 자세에서 허리를 굽히거나, 손을 무릎에 올린 채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외국 인사법을 모방했거나 국적 불명의 방식이다.

○ 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인제 그만…간소화된 차례상 선보여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마련한 설 차례상 예시.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제공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마련한 설 차례상 예시.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제공


성균관은 차례상에 대해 ‘간소화’를 거듭 강조했다.

떡국, 나물, 구이, 김치, 술(잔), 과일 4종 등 9가지 음식을 올린 차례상을 보기로 제시했다. 송편 대신 떡국을 준비한 것이 추석 차례상과의 차이점이다.

성균관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인제 그만두셔도 된다”고 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제안한 원칙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어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 종류에 정해진 건 없으니 4~6가지를 놓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차례상. 뉴스1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차례상. 뉴스1

‘홍동백서(紅東白西·제사상에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일)’나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예법을 다룬 문헌에 없는 표현이다. 지난해에 성균관이 보여준 차례상에 밤, 사과, 배, 감이 있었는데 이는 예시일 뿐 특정 과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인의 이름과 제사 지내는 사람의 관계 등을 종이에 적은 지방(紙榜) 대신 사진을 놓고 차례를 지내도 되며 차례와 성묘 중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

○ 상황에 맞게 가족과 상의해 갈등없는 행복한 설 보내길

지난해 9월 5일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는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 뉴스1
지난해 9월 5일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는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 뉴스1

최영갑 성균관 위원장 겸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종종 ‘차례상에 이것도 올려도 됩니까, 저것도 올려도 됩니까’ 혹은 ‘전을 좋아하는데 왜 하지 말라고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며 “가족과 상의해서 좋아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가족 간 갈등을 없애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손이 지내는 제사나 불천위(不遷位·큰 공훈이 있어서 영원히 사당에 모시도록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 제사에 대해서 “문화재급으로 양성하고 지원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일반 국민 사이에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것을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종교 문제로 갈등이 생기는 것에 대해선 “집안 문제라서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며 “거의 모든 종교에서 나름대로 조상을 숭배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으니 가정 환경에 따라서 논의해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성균관에 따르면 이번에 제안한 것은 명절 약식 제사인 차례에 관한 것이며 정식 제사를 어떻게 할지는 추후 발표한다. 제례 문제는 유림과 국민 의견을 수렴한 후 연구를 진행해 오는 9월경 결과보고회를 할 예정이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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