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평전 통해… 독일 여성판화가 ‘케테 콜비츠’ 재조명 잇달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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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우크라 전쟁 등 상실의 시대에 유효한 메시지”

20세기 초 독일을 대표하는 여성 예술가로 꼽히는 판화가 케테 콜비츠(1867∼1945)가 최근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 2년 사이 전시와 평전을 통해 콜비츠를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지난달 출간된 ‘케테 콜비츠 평전’(풍월당)은 콜비츠의 일기나 편지를 바탕으로 그의 인생과 작품을 풀어냈다. 나성인 풍월당 이사는 “콜비츠는 작품을 통해 ‘젊은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슬픔’을 자주 표현해 왔다”며 “이태원 핼러윈 참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상실이 가득한 현 시점에 그의 작품은 유효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비츠는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아들과 손자를 잃었다. 한 청년이 팔을 치켜들고 소리치는 장면을 담은 판화 ‘다시 전쟁은 안 돼!’(1924년·사진)는 콜비츠의 자전적 서사가 담긴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콜비츠는 상실을 겪기 전에도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1903년)처럼 민중의 삶을 조명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그렸다. 콜비츠는 “고난과 슬픔, 죽음 등을 솔직하게 몸으로 드러내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느낀다”라고 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에서 올해 5월까지 열린 전시 ‘케테 콜비츠: 아가, 봄이 왔다’도 잔잔한 화제를 모았다. 판화 원작과 조각 등 33점을 선보인 이 전시는 불의와 인간의 폭력성에 저항한 작가의 정신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도뮤지엄은 “콜비츠는 삶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깊이 공감하며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전하려고 노력한 작가”라고 소개했다.

콜비츠가 남성 중심의 화단에서 ‘여성주의’를 이끌어 왔다는 점도 최근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당시 역사화는 철저히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됐지만 그는 ‘독일 어린이들이 굶고 있다’(1924년)를 비롯해 역사를 다룬 작품을 적극적으로 그리며 성별의 경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했다. 나 이사는 “여성에게 관대하지 않았던 당시 사회에서 콜비츠는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며 “그의 내적 갈등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가가 사회에 어떤 자극을 줄 수 있는지를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독일 여성판화가#케테 콜비츠#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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