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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붕괴된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려면

입력 2022-12-10 03:00업데이트 2022-12-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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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매트 헤이그 지음·최재은 옮김/304쪽·1만7000원·위즈덤하우스
“이 미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쳐버리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이 에세이집은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저자는 영국의 유명 소설가. 그는 불안장애로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 초등학생 때는 엄마가 자신을 1분이라도 늦게 데리러 오면 엄마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 분명하다고 여기며 불안에 떨었다.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 자신의 말 한마디가 사람들을 화나게 하지는 않았는지부터 시작해 환경오염, 정치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것을 걱정하며 불안을 끼고 살았다.

그가 이 같은 불안은 어디서 기인하는지, 어떻게 하면 불안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깊게 탐구하기 시작한 것도 자신이 중증 불안장애를 앓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세우며 세상의 모든 고통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뉴스를 불안 조성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한시도 머리를 비울 수 없게 하는 TV와 스마트폰 등 기술의 과잉은 삶 역시 흘러넘치게 만들어 과도한 불안을 빚어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저자는 누군가가 ‘멘털 붕괴’ 상태를 자주 겪는 건 그가 유독 나약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세상이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처럼 보여서일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유리 멘털’은 실은 세상 탓일 수 있다며 매사에 불안해하는 이들을 위로한다. 정신적으로 100% 건강한 행세를 해야 추앙받고,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범죄처럼 ‘고백’해야 하는 세상이 누군가에겐 힘겨울 수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이 서래(탕웨이)에게 한 유명 대사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같은 말을 일상적으로 터놓고 할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정신적으로 가장 튼튼한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고찰 끝에 저자가 발견한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뻔하다. 자신의 외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햇볕을 쬐는 등 자연과 더 자주 교감하는 것, 각종 기기와의 연결을 이따금 끊는 것…. 삶의 정답은 가장 기본적이고 뻔한 것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 뻔한 것들이 가장 어렵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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