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영하 20도, 몽골의 광장이 뜨거워진 이유[벗드갈 한국 블로그]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입력 2022-12-09 03:00업데이트 2022-12-09 03:2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지금껏 광주광역시에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에 광주를 가야 하는 일이 두 번이나 생겼다. 가끔 스스로가 한국 사람이 된 듯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지역에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를 알아보고 갈 때, 그리고 그곳에서 유명한 유적지에 가려고 노력할 때다.

이번 광주 방문에서도 그랬다.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자주 접했던 5·18민주화운동이 떠올라 5·18기념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들어가자 마주한, 하늘 향해 손을 뻗으며 뭔가 할 말이 가득한 얼굴 표정을 짓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마치 오늘날 몽골 시민의 모습과 꼭 같았다.

수년째 한국에 살면서 몽골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 사람들에게 알리곤 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인구가 늘면서 학생들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 교육 또는 세계 시민 교육을 한 지 7년이 지났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몽골이 먼 나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몽골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그리 먼 나라가 아니다. 비행기만 타면 3시간 30분 만에 몽골에 도착할 수 있다.

몽골에 대해 소개할 때 크게 세 가지를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첫째, 몽골의 위대한 역사다. 원나라와 칭기즈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것은 몽골이 ‘1인당 소유 가능한 땅 면적’으로 세계 1위라는 사실이다. 즉, 몽골의 땅 크기는 세계에서 17위 수준인데 인구는 약 330만 명으로, 인구 대비 영토가 넓다. 이 말을 하면 안 놀라는 한국인을 보지 못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인구에 비해 면적이 많이 좁다. 마지막으로 자랑거리로 소개하는 것은 많은 지하자원이다. 몽골은 지하자원으로 세계 순위권에 속한다.

몽골에 대해 소개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하지만 때로는 몽골의 현재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하기가 마음이 쓰일 때가 있다. 다른 나라가 그랬듯 몽골도 성장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몽골의 현재 상황에 대해 용기 내어서 알리고자 한다.

몽골에선 한국으로 치면 광화문광장 같은 광장에서 하루 평균 4000∼5000명이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영하 20도의 추위에 떨며 며칠째 시위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옷을 벗고 고통을 자처하며 시위하고 있는 청년들도 있었다. 몽골 국민들이 그토록 애타게 정부를 향해 요구하는 것은 진실을 밝혀 처벌받을 사람들을 처벌받게 해 달라는 것이다. 몽골 국민들은 자손과 미래를 위하여 정치인들의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몽골의 주요 수출 품목에는 석탄, 구리, 철광석, 금 등이 있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수년 동안 석탄 수출 내역을 진실하게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를 누락한 금액은 대단히 커서 몽골 국민이 외국에서 힘들게 노동해, 자국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낼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필자가 아는 한, 대한민국도 과거에 많은 노동 인력을 해외로 보냈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가 경제성장에 많은 보탬이 됐다. 한국은 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못마땅한 사건과 사고가 생길 시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 온 과정을 거쳤다. 필자는 지금까지 몽골의 자랑거리를 주로 한국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만큼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몽골의 현 상황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많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줬으면 감사하겠다.

몸은 몽골에 있지 않지만 멀리서라도 응원하고 싶기에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처럼 몽골도 청탁금지법을 제정하고 언론의 자율성이 커져서 국민 권익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사회 평론가도 아니며 역사학자도 아니다. 그러나 희망을 본다. 그것은 바로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모아 격려하고 따뜻한 차를 건네면서 정부의 진실한 대답을 촉구하며,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