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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정부 “ILO, 강제성 없는 의견조회” 민노총 “외교적 압박조치”

입력 2022-12-06 03:00업데이트 2022-12-06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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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파업]팩트 체크
‘국제노동기구, 화물연대 파업 개입’ 놓고 효력 논란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대한 ‘긴급 개입’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식 감독 절차가 아닌 단순 의견 조회”라고 맞섰다. 지난달 28일 공공운수노조가 ILO 사무총장에게 ‘사적인 긴급 개입(urgent personal intervention)’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이후 ILO가 2일 우리 정부에 의견을 요청한 것을 두고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국제기구인 ILO가 한국에 ‘개입한다’는 것은 어떤 효력이 있는 것일까.

ILO 헌장이나 총회 규정, 이사회의 결정 등에는 공공운수노조가 밝힌 것과 같은 긴급 개입 또는 ‘개입(intervention)’이라는 절차가 없다. 고용노동부 설명대로 공식 절차가 아닌 것이다.

노동조합 등이 자국 노동 사안에 대해 ILO에 국제 기준 위반 여부를 판가름해 달라고 요청할 때는 ILO 산하 감독기구에 진정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조가 직접 ILO 사무총장 등에게 조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공공운수노조가 ILO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낸 것도 이에 해당한다. ILO는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국 정부에 알리고 의견을 요청한다. 정부 답신을 받으면 문제를 제기한 노조와도 이를 공유한다.

ILO가 우리 정부에 의견을 요청한 것을 두고 정부와 민노총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ILO가 정부의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ILO 협약 위반으로 판단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국 정부에 외교적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용부는 “단순히 해당국 정부에 내용을 전달하고 의견을 구하는 절차”라고 반박했다.

ILO가 고용부에 이런 의견 조회 공문을 보낸 것은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10차례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가 답신을 보낸 뒤 추가 조사를 한 적은 없었다. 민노총이 가장 최근 ILO에 개입 요청을 했던 것은 올 6월 화물연대 파업 때로, 당시 파업이 8일 만에 끝나 정부 의견을 전달하기도 전에 관련 절차가 중단됐다. 고용부는 “정식 절차가 아니어서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적 실효성이 없어도 노동조합이 ILO에 계속 개입 요청을 하는 것은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의 서한은 정부 입장을 청취하는 중립적 절차”라며 “다만 개입 요청이 반복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거나 오해의 소지 없이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노동계도 정치적인 압박 수단으로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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