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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길진균]尹의 오랜 ‘스푸트니크 모멘트’ 구상

입력 2022-12-03 03:00업데이트 2022-12-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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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우주경제 로드맵’
리더십, 정교한 계획, 국민 지지 3가지 갖춰야
길진균 정치부장길진균 정치부장
“10년 후인 2032년 달에 착륙하여 자원 채굴을 시작할 것입니다.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에서 제시한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 발표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1년 미 의회에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선언했던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냉전 시기, 소련이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이어 1961년 최초의 유인우주선 보스토크 발사까지 잇따라 성공시키자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이에 케네디 대통령은 10년을 내다보고 미국의 국방, 산업, 과학, 연구, 교육 등 국가 역량을 집중해 유인우주선을 개발하는 ‘아폴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1969년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는 쾌거를 이룩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진보에 치우쳤던 학교 현장의 교육사조(思潮), 교육사상의 흐름까지 확 바꿨고 이는 미국 번영의 새로운 밑거름이 됐다. 위기를 드라마틱한 도약의 기회로 전환시킨 사례를 ‘스푸트니크 모멘트’로 부르는 이유다.

윤 대통령의 우주경제 구상은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니다. 2020년 10월 검찰총장 재직 당시 그는 대구고검·지검 직원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 “예전에는 ‘평등한 교육’이 교육 개혁이었다면, 소련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이후에는 ‘과학영재 육성’이 교육 개혁이 됐다”고 말하며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언급했다.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한국판 NASA 설립’을 발표했을 때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우주개발을 통한 한국의 산업, 연구, 교육 시스템 개혁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져 있었을 것이다.

대선 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은 그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치고 나가는 데 타고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시대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능력과 이를 추진할 리더십을 갖췄다는 얘기였다.

기대에 부응하듯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때와 출범 초 연금 개혁, 입학연령 5세 하향 등 미래 지향적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와 동시에 사실상 폐기되거나, 동력을 얻지 못하고 일회성 발표에 그치는 경우가 잦았다. 정교한 계획과 사전 준비 부족 탓이었다.





이번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대통령의 오랜 구상을 참모들은 어떻게 현실화시켰을지 궁금했다. 비슷했다. 10년 후 달 착륙, 23년 후 화성 착륙까지 어떤 프로세스를 밟아 나가겠다는 건지, 그 과정에서 산업과 교육, 연구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을 찾기 힘들었다. 보도자료를 샅샅이 살펴봐도 화성 착륙까지 왜 23년이 걸리는지에 대한 근거는 “2045년이 광복 100주년”이라는 정치적 레토릭뿐이었다. 국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23년간 우주개발 사업’을 발표하면서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야당과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겠다는 건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임기 초 윤석열 정부는 대단히 불운한 환경에 처해 있다. 야당이 국회를 지배하고 있고, 나라 안팎으로 경제 환경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각 분야에서 개혁에 대한 저항도 거세다. 그렇지만 ‘스푸트니크 모멘트’의 핵심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다. ‘아폴로 계획’의 달성은 케네디 대통령의 리더십과 그를 뒷받침하는 참모들의 정교한 실행계획, 국민의 전폭적 신뢰라는 3박자가 맞춰진 합작품이었다. 여권 모두 더 절박해져야 한다. 정부 출범 6개월 남짓 지났지만 12월이 지나면 ‘2년 차 정권’이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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