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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쓰는 까닭 [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입력 2022-12-03 03:00업데이트 2022-1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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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김사과 외 지음/260쪽·1만5000원·작가정신
이호재 기자이호재 기자
“저도 웹소설이나 써볼까요? 하하.”

최근 만난 소설가 A 씨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A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얘기하다 최근 내놓은 신간 판매량을 걱정했다. 종이책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지나 급격히 성장한 웹소설 업계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했다. 괜스레 민망해져 겸연쩍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저도 웹소설 써볼까요?”


‘소설엔 마진이…’는 출판사 작가정신이 창립 35주년을 맞아 기획한 에세이집이다. 한국 소설가 23명이 자신의 ‘작가정신’이 무엇인지를 솔직히 적었다. 소설을 쓸 때의 마음과 창작 과정, 작가의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다양하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작가들의 수입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한기 작가는 최근 한 선배로부터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3억 원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이익이 20%나 돼 한 달에 6000만 원을 벌었다는 말에 크게 좌절했다. 오 작가는 며칠 뒤 소설 쓰기를 관두고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선배에게 조언까지 구하고 여러 사업 자료를 찾다가, 갑자기 그는 포기한 뒤 스스로 묻는다.

“따지고 보면 나는 3억 원 대신 소설을 택한 셈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을 썼을 때 이익은 얼마일까? 순수하게 나에게 남는 건 뭘까?”(‘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중)

소설가들이 마진에 대해 생각하는 건 아마도 소설이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정용준 작가는 “써야만 한다”는 짧은 문장 하나를 노트에 적어 넣고는 어떤 문장도 더 쓰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정지돈 작가는 첫 책을 내고서도 아버지한테 돈 버는 직업을 구하라는 타박을 들었다고 한다. 소설을 쓸 때마다 입가가 찢어진다는 한은형 작가의 토로는 창작에 들어가는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소설가들이 글을 쓰는 건 ‘마진 너머의 기쁨’ 때문이 아닐까. 박민정 작가는 “소설이 결국 나를 먹고살게 했고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수줍게 털어놓는다. 손보미 작가는 “글을 완성해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소설을 쓰는 기쁨이 뭔지 명확하게 밝히진 않지만, 자발적으로 이 직업을 택했다고 강조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문학을 좋아할 것. 무엇이 와도 그 마음을 훼손당하지 말 것. 나는 내 삶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소설이 있는 쪽으로.”(조경란 작가의 ‘작가의 말과 신발’ 중)

물론 순수문학 작가들이 웹소설 작가보다 더 중요하다든가, 순수문학이란 이유만으로 다른 콘텐츠보다 더 의미 있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 “소설이면 다 똑같은 소설이다. 자신(순수문학)과 다르다고 무시하고 차별할 이유는 없다”는 백민석 작가의 말처럼 창작자라면 누구나 고군분투하니까. 다만 마진이 훨씬 덜 남는데도 펜을 놓지 못하는 작가들을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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