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IT/의학

40분 넘는 거리 10분 만에 도착… 의사 직접 탑승해 응급수술도 가능

입력 2022-11-24 03:00업데이트 2022-11-24 06:2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 <2> 닥터헬기 직접 타보니
의료진 필요성 판단 있어야 운항… 악천후로 시야확보 안되면 불가능
이송거리 제한 있어 소외지역 발생… 주민 인식 개선해 도입 대수 늘려야



“절대 헬기 뒷부분에 다가가지 마세요. 뜨거운 연료 분사구와 무섭게 도는 날개 프로펠러로 자칫 다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강원 원주시 일산동에 위치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8층 옥상에는 닥터헬기가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 헬리포트가 보였다. 이곳엔 총 6명이 탈 수 있는 닥터헬기 1대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 헬기 날개는 서서히 하늘을 가르면서 돌아가고 있었다. 닥터헬기 기장은 신규 의료진에게 헬기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알려줬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신입 의료진의 닥터헬기 훈련 현장이다. 필자는 이들 의료진과 함께 교육을 받고 닥터헬기에 탑승했다.
○ 골든타임을 지키는 닥터헬기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왼쪽)와 한상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환자 이송 훈련을 위해 닥터헬기를 함께 타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닥터헬기는 의료 여건이 취약하거나 육로 이송이 어려운 섬과 산간 지역에서 발생하는 중증응급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2011년 9월 도입됐다. 이날 훈련의 주요 내용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약 24km 떨어진 서원초등학교 운동장(인계점)까지 헬기를 타고 이동한 후, 그곳에 대기 중인 구급차로부터 환자를 인수인계 받는 것이었다.

닥터헬기는 기장의 운행으로 상공 1000피트까지 금세 올라갔다. 탑승하고 하늘을 오르기 시작할 때는 흔들림이 컸지만 어느 정도 높이에 오르자 마음이 편안할 정도로 흔들림이 없었다. 다만 헬기 내부에는 프로펠러 소리가 가득 찼다. 서로 간의 대화는 거의 불가능했다.

병원에서 서원초등학교까지는 자동차 주행 시 약 40분이 넘는 거리다. 하지만 헬기로는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한 헬기는 대기 중인 구급차와 만나 환자 이송 훈련을 무사히 끝마쳤다. 중증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은 1시간. 이번 훈련의 모든 과정은 30분 이내에 끝났다.
○ 하늘을 나는 응급실 닥터헬기, 날씨 영향도 많아
닥터헬기와 일반 구조헬기의 가장 큰 차이는 ‘의사가 함께’ 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사가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의료장비만 각종 의료기기, 약품을 포함해 100개가 넘는다. 이날 헬기 내부 구석구석에 혈압 및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모니터 장비, 기도삽관장비, 정맥투여장비, 혈압승압제, 진통제 등이 배치돼 있었다.

한상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엔 현장에서 바로 초음파 진단을 할 수 있는 포터블 초음파, 심장제세동기, 인공호흡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며 “응급치료가 가능한 장비를 통해 급할 경우 헬기 내에서도 응급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닥터헬기는 환자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띄울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조명행 운항관리사는 “닥터헬기는 응급 환자가 원한다고 띄우는 것이 아니다. 의료진의 1차적인 상담을 통해 정말 이송이 필요한 환자인지 판단한 뒤 헬기를 띄울 것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날씨도 크게 좌우하는데 구름이 낮게 깔려 있거나 안개가 자욱해도 시야 확보가 안 되기 때문에 헬기 운항을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며 “이때는 어쩔 수 없이 구급차가 직접 병원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여전히 부족한 헬기 수, 주민 인식도 아쉬워
닥터헬기의 환자 이송거리는 50km로 제한돼 있다. 중증외상 환자들이 병원으로 1시간 이내에 도착해 치료를 받는 ‘골든타임’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있는 닥터헬기는 경기 동부, 경북 북부, 강원 지역을 담당해야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1시간 이상 걸리는 환자 이송을 하는 경우도 많다.

또 강원 영서까지는 도달할 수 있는 반면 영동 지역은 이 병원 닥터헬기가 담당하지 못하는 지역이다. 영동 일대 응급의료를 위해 강릉 지역에 닥터헬기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닥터헬기 출동 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강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증응급 환자의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닥터헬기는 매우 중요하며 이송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닥터헬기 추가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주민들도 닥터헬기 소리를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생명을 살리는 다급한 소리’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