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5G 투자 10%만 이행”…정부, 주파수 할당 취소·축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8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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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과기부 제공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과기부 제공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5세대(5G) 이동통신 28㎓ 대역 주파수의 할당을 취소하거나 이용 기간을 단축하는 초강수를 뒀다. 2018년 주파수 할당 과정에서 약속했던 투자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정부가 통신사가 영업 중인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 건 처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통신 3사의 5G 주파수 할당조건에 대한 이행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결과 3.5㎓ 대역은 통신 3사 모두 90점대를 기록했다. 반면 최대 속도가 4G의 20배에 달해 ‘진짜 5G‘로 불리는 28㎓ 대역에서는 SK텔레콤이 30.5점, LG유플러스 28.9점, KT가 27.3점에 그쳤다.

정부는 30점 미만 점수를 받은 LG유플러스와 KT의 28㎓ 대역 주파수에 대해 할당취소 처분을 내렸다. SK텔레콤에도 이용기간(5년)의 10%(6개월)를 단축하고, 내년 5월 31일까지 할당조건을 구축하지 못할 시 할당이 취소될 수 있음을 통지했다.

정부는 2018년 주파수 할당 당시 할당 3년차에 3.5㎓ 대역은 기지국 2만5000개, 28㎓ 대역은 장치 1만5000개를 구축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하지만 28㎓ 대역은 3사가 공동 구축한 것을 개별 실적으로 반영해도 목표의 1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할당 취소 처분을 받은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의 결정에 “송구스럽다”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투자를 이행하지 않은 통신사들을 비판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그동안 정부가 이동통신 3사를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왔으나 이런 결과가 나와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가의 핵심 인프라인 통신망을 활용해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최종 처분은 12월 청문절차를 거쳐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할당이 취소되면 정부는 취소 주파수 대역 중 1개 대역에 대해서 신규 사업자 진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통신 3사도 부담스러워한 사업에 대해 투자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일각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 외국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하는 3.5㎓ 대역은 이번 조치와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KT와 LG유플러스가 지하철 와이파이 등의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통신사들이 투자 부실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패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초 5G 상용화’ ‘진짜 5G’ 등에 집착한 탓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28㎓ 구간에 대해 속도조절을 하지 않고 무리한 투자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28㎓ 구간은 직진성이 떨어져 기지국과 중계기를 훨씬 많이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부담이 훨씬 더 크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주파수 할당 당시부터 28㎓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을 다 고려했다”면서 “점차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또 미국과 일본 등 활용사례가 있어 이 부분에 대해 (투자가) 어렵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전=남혜정기자 namduck2@donga.com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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