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 충돌방지 ‘금지선’ 논의… 북핵 저지 고삐부터 죄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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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간 화상·전화 회담이 다섯 차례 있었지만 대면 회담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계속 중국과 격렬히 경쟁할 것”이라면서도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미중 관계를 건전한 궤도로 돌리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두 정상은 3시간 넘게 진행된 회담 내내 팽팽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간 전방위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적어도 극단적 분쟁으로 빠지지 않도록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성사됐다. 비록 미중 갈등의 돌파구 마련은 어렵지만 충돌을 막기 위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모색하자는 데 두 정상은 동의했다. 마침 시 주석은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중간선거에서 선방한 뒤여서 다소나마 국내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나 솔직한 속내를 나눌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해협 갈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무역·기술 갈등, 인권문제 등 각 사안마다 공통분모를 찾기는 어려웠다. 회담 전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근본적 양보도 할 의사가 없다”고, 중국 외교부가 “우리 이익을 확실히 지킬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였다. 그럼에도 두 정상은 양국이 적대와 충돌로 가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후속 고위급 회담 등 대화채널을 복원해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격화되는 미중 전략경쟁은 동북아에도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심화시켰다. 북한은 이런 신냉전 기류를 틈타 고강도 도발로 한반도를 초긴장의 위험지대로 만들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북핵은 주요 의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모두 북한이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에둘러 촉구한 것이다.

미국도 중국도 극한 대결은 원하지 않는다. 치열하게 경쟁하되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가드레일을 세워 충돌을 막는 한편 기후변화, 식량위기 같은 글로벌 현안에선 협력의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 고삐 풀린 북한의 핵 도박을 저지하는 것도 미중이 당장 협력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특히 중국이 동북아 평화를 지키는 책임 있는 자세를 실천으로 보여줄 때다.
#미국#중국#정상회담#분쟁#북핵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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