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밀레니얼 ‘갬성’, MZ는 ‘동감’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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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영화 ‘동감’ 16일 개봉
‘세미 힙합’ 패션 등 고증 눈길
직설적 메시지엔 다소 갸우뚱

2000년 영화 ‘동감’ 포스터(왼쪽 사진)와 22년 만에 리메이크된 동명의 영화 포스터. 원작은 1979년과 2000년의 대학생이 무선기기로 연결되는 내용이고, 리메이크작은 1999년과 2022년의 대학생이 이어지는 이야기다. 영화진흥위원회·고고스튜디오 제공
2000년 영화 ‘동감’ 포스터(왼쪽 사진)와 22년 만에 리메이크된 동명의 영화 포스터. 원작은 1979년과 2000년의 대학생이 무선기기로 연결되는 내용이고, 리메이크작은 1999년과 2022년의 대학생이 이어지는 이야기다. 영화진흥위원회·고고스튜디오 제공
회색 머리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명 ‘테크노 가방’. 세기말 ‘사이버 감성’으로 무장한 채 등장한 24세 신인 배우 유지태를 스타로 만든 영화 ‘동감’(2000년)이 22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원작은 2000년의 99학번 인(유지태)이 무선기기로 1979년에 사는 77학번 소은(김하늘)과 연결된 뒤 시간을 초월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리메이크된 동명의 영화에서는 2022년의 21학번 무늬(조이현)와 1999년의 95학번 용(여진구)이 연결된다.

원작에선 과거에 사는 대학생이 여성이었지만 이번엔 남성으로, 현재에 사는 이들의 성별도 바뀌었다. 용과 무늬 역시 무선기기로 연결된다. 용은 첫눈에 반한 99학번 신입생 한솔(김혜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조언을 구한다. 무늬 역시 짝사랑하는 친구 영지(나인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꿈, 사랑, 우정에 관한 여러 고민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용은 믿기 힘든 미래에 대해 알게 되고 좌절한다. 원작과 같은 전개다.

무늬가 말하는 ‘썸’ 같은 단어를 용이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22년간 숱한 신조어가 쏟아졌음이 실감 난다. ‘방가방가’ 등 1999년 유행어는 추억을 소환한다.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을 비롯해 곳곳에서 당시 아이템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철저한 고증. 통이 큰 리바이스 엔지니어드진과 티셔츠 위에 단추를 잠그지 않고 걸쳐 입은 큰 셔츠 등 1999년 ‘세미 힙합’ 패션을 고스란히 되살렸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여서 차별화가 쉽지 않은데도 서은영 감독은 미묘한 차이를 세공해 내며 당시의 질감을 구현했다. 같은 학생회관 건물의 색감을 시대에 따라 다르게 표현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청춘의 싱그러움은 매한가지. 현재와 과거의 같은 듯 다른 풋풋함을 담아내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사랑은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부분에선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작의 감성을 꼼꼼히 되살렸지만 원작을 뛰어넘지 못한 건 다소 아쉽다. 16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리메이크 영화#동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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