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올가을 한반도 덮친 초대형 태풍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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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자연재해인 ‘열대성 저기압’ 이름 달라도 발생 원인은 동일
따뜻한 열대 바다의 상승기류-구름, 자전 영향받아 소용돌이 모양 형성
위도 올라갈수록 힘 줄어들어 소멸… 지구 입장에서는 이로운 점 존재
저위도-고위도 에너지 균형 유지, 생태계에 해로운 녹조-적조 해결

11호 태풍 힌남노의 위성사진. 사진 출처 콜로라도대 홈페이지
11호 태풍 힌남노의 위성사진. 사진 출처 콜로라도대 홈페이지
화산, 지진, 호우, 태풍의 4대 자연재해 가운데 우리나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재해는 무엇일까요. 바로 태풍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자연재해에서 태풍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80%에 육박합니다. 2011∼2020년 태풍이 우리나라에 미친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매년 350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오늘의 세계 지리 이야기는 태풍과 같은 열대성저기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명칭은 달라도 탄생 과정은 같아
열대성저기압은 지역마다 명칭이 다릅니다. 북서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하는 열대성저기압은 태풍이라고 부릅니다.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막강한 힘을 가진 괴수 ‘티폰(typhon)’에서 따왔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저기압은 사이클론(cyclone)입니다. 사이클롭스 혹은 키클롭스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거인의 이름입니다. 위성 영상으로 열대성저기압을 보면 가운데에 ‘태풍의 눈’이라고 불리는 하강 기류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외눈박이 거인의 눈 같다고 해서 사이클론이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대서양과 동태평양 일대에서 형성되는 열대성저기압은 허리케인입니다. 이쪽 지역에서 바람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이 ‘우라칸(Juracan)’인 데서 기원한 명칭입니다.

열대성저기압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열대의 따뜻한 바다입니다. 따뜻한 바다가 있어야 저기압과 상승기류 그리고 거대한 구름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전향력이 필요합니다. 전향력은 지구가 자전하면서 만들어지는 힘으로, 구름 덩어리에 회전을 일으켜 소용돌이 모양을 형성합니다. 그런데 이 전향력은 적도에서는 형성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열대성저기압은 적도가 아닌, 적도 근처의 따뜻한 바다에서만 형성됩니다.
○ 7월부터 9월 사이에 찾아오는 태풍
우리나라는 북서 태평양에서 형성된 열대성저기압 즉, 태풍의 영향을 받는 지역입니다. 태풍은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평균 26개 정도 만들어지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강약에 따라 7∼9월에 걸쳐 3개 정도의 태풍만이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북서 태평양에서 만들어진 태풍은 위도 0∼30도의 저위도 지역에서 무역풍이라는 강력한 바람의 영향과 전향력의 영향을 받아 북서진합니다. 그러다 우리나라 부근에 와서 위도 30도대에 진입하게 되면 다시 위도 30∼60도대에서 강하게 부는 편서풍이라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북동진합니다. 9월 초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힌남노가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북동쪽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바꾼 것 역시 위도 30∼60도대에서 편서풍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태풍의 수명은 통상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됩니다. 따뜻한 바다에서 생성되어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동안 바다에서 공급되는 수증기의 잠열이 태풍의 에너지원이 됩니다. 그러다 태풍이 육지로 상륙하면 바다로부터 수증기의 잠열 공급이 차단되어 그 세력이 급속하게 줄어듭니다. 사람이 밥을 못 먹으면 살이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특히 중위도 지역 이상부터는 저위도 지역만큼 따뜻하지 않고, 동시에 상층부에 ‘제트기류’라는 빠른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 제트기류가 태풍을 수직적으로 두 동강 내어 버립니다. 에너지원이 차단되고 제트기류에 의해 상부와 하부가 분리된 태풍은 세력을 잃고 소멸합니다.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덮친 후 태풍이 소멸하기에 우리나라 주변은 ‘태풍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 지구에는 꼭 필요한 태풍
제비, 너구리, 종다리, 민들레, 노을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우리나라가 만든 태풍의 이름입니다. 태풍의 이름은 태풍의 영향을 받는 지역의 14개 국가가 모여 만든 태풍위원회에서 정합니다. 국가별로 10개씩 이름을 만들어 총 140개의 태풍 이름이 있으며 이들 이름을 돌아가며 순서대로 붙이는 방식입니다.

140개의 이름을 전부 다 쓰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순서가 돌아옵니다. 이 때문에 5, 6년에 한 번씩 태풍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태풍 등 열대성저기압은 인간에게 막대한 피해를 미치는 끔찍한 자연 재해입니다. 하지만 지구 입장에서 볼 때 열대성저기압은 꼭 필요합니다. 열대성저기압은 저위도의 에너지를 고위도로 이동시켜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바다의 물고기들을 떼죽음에 이르게 하는 녹조나 적조 현상을 해결하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열대성저기압의 발생 빈도가 더욱 잦아지고, 그 위력 또한 거세지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따뜻한 바다에서 형성되는 열대성저기압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바다가 따뜻해지면 필연적으로 더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장차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열대성저기압이 발생하여 세계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미칠지 그저 두렵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겸손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
#태풍#열대성 저기압#힌남노#자연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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