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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메탈 2인자의 숭고한 승리[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입력 2022-09-14 03:00업데이트 2022-09-1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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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메가데스 ‘We'll Be Back’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메탈리카의 멤버였던 데이브 머스테인은 해고됐다. 머스테인은 메탈리카의 음악적 리더였지만 갈수록 독선적인 언행과 알코올 중독이 심해졌고, 이를 견디다 못한 동료 멤버들이 그를 방출한 것이다. 쫓겨난 그는 이를 악물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새 밴드를 결성한다. 이름은 메가데스. 1980, 90년대 메탈리카의 라이벌로 불린 밴드다. 메탈리카에서 해고된 뒤 머스테인의 상실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타도 메탈리카’를 목표로 음악을 하고 큰 성공도 거뒀지만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지금은 함께 투어를 돌 정도로 두 밴드의 관계가 회복됐지만 그는 평생을 2인자로 살아야 했다.

메가데스는 분명 성공한 밴드다. 전 세계적으로 5000만 장 넘게 앨범을 팔았고, ‘Rust In Peace’나 ‘Countdown To Extinction’ 같은 헤비메탈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반도 남겼다. 다소 늦긴 했지만 2017년에는 그래미도 수상했다. 하지만 메탈리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할 수밖에 없다. 머스테인과 메탈리카의 악연 때문에 라이벌로 엮이지만 전 세계적인 밴드의 인기나 위상, 앨범 판매량, 차트 성적 등을 비교하면 메가데스는 메탈리카에게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 머스테인이 2인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없던 이유다.

하지만 옛 친구들과 화해하고 후두암을 앓고 난 지금의 그는 과거보단 훨씬 편안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엔 16집에 해당하는 ‘The Sick The Dying… And The Dead!’를 발표했다. 첫 싱글로 공개한 ‘We‘ll Be Back’에서부터 여전히 날이 바짝 서 있는 메가데스 특유의 날카로운 사운드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음악에 있어서만은 메가데스는 더 이상 2인자가 아니다. 메탈리카는 헤비메탈의 제왕 자리에 섰지만 현재의 결과물들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약 10년 동안의 전성기 이후 메탈리카는 내리 졸작만을 양산하고 있다. 그들의 위상은 여전히 높지만 그건 과거의 영광 때문이다. 대신 메가데스는 꾸준히 중요한 앨범들을 발표해왔다. 2000년대부턴 결과물의 양과 질 모두에서 메가데스가 메탈리카를 압도한다.

이제 머스테인은 메탈리카를 꺾는 게 아니라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목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 결과 음악적으로 완전하게 메탈리카를 꺾을 수 있게 됐다. 때로 콤플렉스는 시간의 힘이 더해져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여전히 머스테인은 자신을 메탈리카보다 못하다 생각하겠지만 지금 헤비메탈을 깊게 듣는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때론 세간의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쉼 없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왔다는 것,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는 것. 이 반복적이지만 숭고한 행위로 메가데스는 자신의 일에 있어 메탈리카보다 전혀 못할 게 없는 밴드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의 선택은 당연히 메가데스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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