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 9층 목탑이 눈앞에… ‘천년고도 경주’ 가상현실로 복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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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통일신라 경주 전역
2025년까지 디지털 기술로 재현
타임머신 플랫폼 통해 당시 체험
“글로벌 문화유산 콘텐츠로 육성”

올해 2월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열린 ‘메타버스 수도 경북’ 비전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신라 왕경(王京·옛 서라벌의 중심부)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의 핵심인 경주 월성의 가상 모습. 경북도는 신라시대 옛
 핵심 유적을 디지털로 복원해 타임머신으로 여행하는 것처럼 둘러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경북도 제공
올해 2월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열린 ‘메타버스 수도 경북’ 비전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신라 왕경(王京·옛 서라벌의 중심부)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의 핵심인 경주 월성의 가상 모습. 경북도는 신라시대 옛 핵심 유적을 디지털로 복원해 타임머신으로 여행하는 것처럼 둘러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경북도 제공
신라의 옛 수도인 경북 경주(서라벌)에는 요즘 신라 왕경(王京·옛 서라벌의 중심부)의 핵심 유적 복원 사업이 한창이다. 경북도와 경주시, 문화재청이 천년고도 경주의 옛 궁궐과 전각 등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14개 핵심 유적에 15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2025년까지 1조15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유적 복원과 함께 이를 온라인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로도 구현할 계획이다.
○ 월정교 등 유적 복원
왕경 유적 복원의 시작은 통일신라시대 왕궁과 남산을 잇던 ‘월정교(月精橋·사적 457호)’ 복원이었다. 월정교는 한반도 역사상 첫 누각형 다리로 추정된다. 통일신라 경덕왕 19년(760년)에 세워졌는데 경주의 서남단과 동북쪽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월정교를 비추는 각양각색의 불빛이 다리 문루와 회랑을 더욱 돋보이게 복원했는데, 이후 야경 명소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신라 왕경의 핵심은 월성이다. 월성의 방어시설 ‘해자(垓子·성벽 바깥쪽에 판 도랑이나 못)’ 정비 사업은 올 3월 마무리됐다. 복원된 월성 해자 폭은 최대 40m이고, 길이는 550m다. 이를 포함해 현재 월성 전체의 30%가량이 복원됐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월성은 반달처럼 생겼다고 해서 반월성, 신월성으로도 불렸다. 월성에 101년 궁궐이 지어진 후 800여 년 동안 신라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김태일 경북도 문화유산과장은 “통일신라 수도였던 서라벌은 8세기 기준으로 인구가 최대 100만 명에 달하는 국제적 도시로 추정된다”며 “신라 왕경 복원은 경주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국제적 도시 위상과 관광 가치를 크게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천년고도 메타버스 재현…타임머신 타고 신라 여행
경북도는 올 2월 ‘메타버스 수도 경북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문화관광 활성화와 특화 서비스 개발 등 중점 과제 20개를 정했는데, 문화관광 메타버스의 핵심이 ‘신라 왕경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삼국시대 신라부터 통일신라까지의 역사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등 최신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는 것이다. 로마 콘스탄티노플, 중국 장안(長安), 이슬람 바그다드와 함께 고대 4대 도시로 꼽히는 서라벌의 옛 모습을 디지털로 복원해 역사·문화 자원의 가치 및 위상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신라 왕경 복원의 킬러 콘텐츠로 육성해 한류의 새로운 헤리티지(국가유산)로 만든다는 야심 찬 목표도 세웠다.

왕경 디지털 프로젝트는 핵심 유적 복원과 타임머신 플랫폼 구축, 디지털 체험관 등으로 나눠 3단계로 추진된다. 먼저 현재 추진하는 신라 왕경 14개 복원 사업의 성과를 활용해 핵심 유적 데이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재 진행 중인 황룡사 9층 목탑의 디지털 복원을 시작으로 향후 경주 월성, 분황사, 사천왕사 등의 복원을 차례로 진행한다.

타임머신 플랫폼 구축은 내년부터 추진한다. 경주 전역을 신라시대 디지털 가상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플랫폼이 구축되면 신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지리 및 공간 정보 등을 결합해 옛 신라를 재현하는 데 2025년까지 약 270억 원을 투입한다.

신라 왕경 디지털 체험관은 앞서 추진한 핵심 유적 복원과 타임머신 플랫폼 구축을 통해 완성된 다양한 콘텐츠를 현실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 타임머신 플랫폼 구축 사업 시작과 함께 기본 계획 용역을 시작하는데, 2024년 국비 확보를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체험관 건립을 위해 경북도는 신라 왕경과 가까운 곳에 부지를 찾고 있다. 사업비는 약 3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체험관이 문을 열면 온라인 플랫폼이 익숙하지 않거나 경주를 직접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디지털로 재현한 과거 신라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 시공간 초월한 국제도시 경주 탄생
왕경 디지털 복원은 천년고도 경주의 모습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가상공간에서 되살아난다는 의미를 갖는다. 경북도는 “글로벌 문화유산으로 널리 공유되면서 새로운 K콘텐츠로 성장해 21세기 경주의 신(新)르네상스를 이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복원은 황룡사와 월성, 분황사 등 주요 문화유산의 실물 복원 사업 속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디지털 복원을 통해 고증이 어려웠던 문화재를 미리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내년 국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신라 왕경 디지털 복원 사업의 학술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또 연계 산업 발전과 연구기관 설립, 전문 인력 육성 등을 위해 관련 특별법 정비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상철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신라 왕경 디지털 복원 사업을 계기로 경북도가 문화유산 메타버스 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경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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