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반대 주주들, 물적분할 이전가격으로 매각 가능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4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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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1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6 뉴스1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1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6 뉴스1
내년 1월부터 상장기업의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다음 달부터 물적분할 과정에서 일반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하지 않는 기업은 자회사의 상장이 제한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4일 발표했다. 물적분할은 기업을 분할할 때 모기업이 신설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것으로, 일반주주는 신설 기업의 주식을 배분받지 못한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해 동시 상장하는 일명 ‘쪼개기 상장’에 나서면서 모기업 주가가 하락하고 주주 권리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금융당국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일례로 LG화학이 물적분할을 통해 알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키자 LG화학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물적분할 계획이 공개되기 이전의 주가로 회사 측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매각 가격은 주주와 기업 간 협의로 결정되며, 합의에 실패하면 이사회 결의 전날부터 과거 2개월, 1개월, 1주일간의 주가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다수 주주가 물적분할을 반대해 주가가 하락할 경우 모기업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일반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며 “기업들이 자회사 현물배당, 모자회사 주식 교환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주주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의 공시 책임도 강화된다. 물적분할에 나서는 기업은 매각, 구조조정, 상장 같은 물적분할의 구체적인 목적과 기대 효과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특히 자회사 상장을 계획했다면 예상 일정을 상세히 밝히고 추후 계획이 변경될 때도 정정 공시해야 한다. 기존에는 자회사 상장 계획을 밝히지 않다보니 일반주주들이 투자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많았다.

또 물적분할한 자회사에 대한 심사도 대폭 강화된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때 한국거래소가 모기업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미 물적분할을 완료한 기업도 분할 후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강화된 상장심사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당국은 10월까지 기업공시 서식과 거래소 상장 기준 개정을 마칠 계획이다. 다만 논란이 됐던 신주 우선배정은 이번 방안에서 빠졌다. 신주 우선배정은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기업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 일정분을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통해 상장기업이 일반주주 권익을 고려해 물적분할을 신중히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책 효과를 면밀히 살펴 필요하면 추가적인 주주 보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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