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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왜 많은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에 실패할까[공부를 공부하다/신종호]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입력 2022-08-12 03:00업데이트 2022-08-12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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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학부모에게 방학은 자녀 공부와 관련한 갈등과 고민이 증폭되는 시기이다. 각종 방학 특별 프로그램을 알리는 학원 전단을 받아들면 자녀 학습에 대한 불안함과 초조함이 학기 중보다 더해진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불안은 방향을 모를 때 더 커지는 법이다. 여름방학이 절반 정도 지났다. 학교마다 제각각이지만 벌써 개학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개학과 방학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패턴인 만큼, 방학 기간에 건강한 자녀 학습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선행 학습, 너무 앞서지 말아야

먼저, 방학 때 선행 학습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흔히 받는다. 일부 학부모들은 방학이 상급 학년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당겨서 집중 공략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선행 학습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다른 아이보다 앞서갈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행 학습에 대한 연구를 보면, 대부분 학생들에게 효과성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그럴까?

우선 학부모들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학습의 본질적 특성부터 설명하고 싶다. 학습은 현재 배우고 있는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이렇게 형성된 이해 기반을 바탕으로 다음 내용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이때 이미 배운 내용에 대한 온전한 이해 구조를 만들지 못한 채 빠르게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바로 다음 학습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일종의 악이 악을 구축하는 일이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 상급 학년의 내용을 당겨서 짧은 기간에 학습하는 선행 학습은 불완전한 이해 체계 내에서 다음 내용에 대한 학습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에 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대와 달리 성적도 오르지 않게 되고, 배우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못 하기에 학습 동기도 저하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행 학습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선행의 정도’이다.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예습 차원에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방학 때 예습을 하고 학기 중에는 배운 내용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성적도 오르고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도 긍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너무 앞서가지 말고 다음 배울 내용을 준비하는 정도가 좋다. 즉, 과유불급이다.

진로 뚜렷해야 공부 의욕 생겨


여름방학 자기주도 학습 캠프에서 학생들이 멘토링을 받는 모습. 공부하는 이유와 필요성을 돌아보는 근본적 성찰의 시간으로 방학을 활용하면 좋다. 드림교육 제공
다음으로 방학 때 혼자 공부하는 습관, 즉 자기주도 학습 습관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토로하는 부분이 있다. 생각보다 아이가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일에 쉽게 주의를 빼앗기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우리 아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부모도 더러 만난다.

왜 많은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에 실패하는 것일까. 우선 대부분의 학생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이 없다. 또 공부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기에는 학습 내용을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자기주도 학습에 실패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원인을 분석해 ‘핀셋’식으로 해결하면 자연히 자기주도 역량은 따라오게 된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목적의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에는 우리 아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중심으로 진로 탐색을 도와야 한다. 그리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진로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도록 해야 한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경우엔 보통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다. 허준이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배움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평가를 위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공부 자체가 ‘생각하는 수고’를 요구하는 과정이자 즐거움보다 인내를 요구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시작은 공부의 이유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현재 하고 있는 공부의 ‘가치적 수단성’이 분명해지면, 공부하는 의미를 갖게 되고, 이것이 공부에 대한 내재적 흥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력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경험하게 되면 내재적 동기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성취감은 공부에 대한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성취감이 공부에 대한 즐거움과 자기주도 학습의 중요한 심리적 힘이 되는 것이다.

학습결손 채워야 후행학습 가능

마지막으로,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공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신적 스트레스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가 혼자 공부를 지속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우리 아이가 겪고 있는 학습 문제를 빨리 파악해 학습 결손이 시작된 지점부터 기초를 잡아줘야 한다. 앞서 얘기했듯 학습은 이전 학습 결과물을 기반으로 새로운 내용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학습 결손이 있는 상태에서 후행 학습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이때는 현재 학년 수준의 공부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학년을 낮춰서라도 문제 지점을 찾아 보충 학습을 해야 한다. 방학이 아이에게 필요한 보충 학습의 중요한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아이 공부와 관련해 부모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조바심은 절대 아이의 건강한 공부 마음과 자기주도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꿈과 잠재력을 실현해갈 수 있도록 심리적 지지자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올바른 학습 지원에 대해 분명한 자기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부모로서 학습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공부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논어 속 ‘알아야 면면장(免面牆)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공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모로서 경험하고 있는 불안함, 초조함, 답답함에 맞서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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