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의 ‘업소’출입 알려드려요”… ‘유흥탐정’ 폐쇄 4년만에 재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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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중심으로 ‘불법 거래’ 재개
거짓 정보로 억울한 피해자도 속출

“전화번호만 주시면 방문한 업소 위치와 시간대까지 알려드려요.”

‘유흥탐정’을 자처하는 A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가 텔레그램 메신저로 접촉하자 “5만 원을 내면 원하는 대상의 성매매 업소 방문 이력을 조회해 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흥탐정은 특정인이 유흥업소에 방문한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 주는 사설업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유흥탐정은 2018년경 동명의 인터넷 사이트가 생겨 화제를 모았다가 운영자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며 사이트가 폐쇄됐다. 하지만 최근 유흥탐정을 자처하는 이들이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모바일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 없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이들 때문에 “거짓 정보로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하는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 돌아온 ‘유흥탐정’…모바일 중심으로 활동
유흥탐정을 자처하는 이들은 대부분 유흥업소 운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흥업소들이 공유하는 고객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돈벌이에 나선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접촉한 유흥탐정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대상자의) 직업과 인상착의, ‘진상(악성)’ 손님이었는지 등을 DB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공된 업소 방문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많다. 유흥탐정은 2018년 등장했을 때부터 DB 정보의 신뢰도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유흥업소가 실제 수집한 손님 정보와 함께 고객 유인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화번호 목록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도 유흥업소들이 공유하는 DB에는 해킹으로 입수한 개인정보나 업소 주변에 주차된 차량의 전화번호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 “사실과 다른 정보로 파혼까지”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3년 만난 남자친구가 유흥업소를 13번이나 간 것으로 나왔다”며 “헤어져야 할지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이처럼 온라인에는 “조회했더니 남자친구의 업소 출입 기록이 나왔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유흥탐정 탓에 성매매를 했다고 여자친구가 오해하고 있다. 억울하다”는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심지어 파혼을 당한 경우도 있다. 30대 남성 B 씨는 6월 약혼녀가 유흥탐정에 그의 정보를 조회한 결과 사실과 달리 수십 건의 성매매 업소 방문 내역이 나와 파혼을 당했다며 한 유흥탐정을 경찰에 고소했다. B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최소한 15년 동안 유흥업소를 이용한 적이 없는데 왜 이력이 조회됐는지 모르겠다”며 “두 달째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 “30만 원 내면 기록 지워준다” 광고도
한편 업소 방문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이들을 겨냥해 “30만 원을 내면 유흥탐정이 조회하는 DB에서 방문 기록을 지워주겠다”는 광고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선 ‘사기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DB 버전도 여러 가지인 데다 누가 삭제 권한이 있는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흥탐정 운영자는 물론이고 조회를 요청한 의뢰자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법무법인 디케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법적 근거 없이 개인정보 조회를 의뢰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유흥탐정#성매매 업소#불법 거래#억울한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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