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게임하면서 돈버는 시대 온다… 뭉칫돈 몰리는 ‘웹 3.0’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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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과도기에 놓인 웹 3.0의 태동 배경과 전망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나스닥 지수 하락 등이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신규 투자나 기업 공개 등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이런 악재에도 뭉칫돈이 몰리는 분야가 있다. 바로 ‘웹 3.0’이다. 미국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올해 4∼5월 대형 벤처캐피털과 게임 업체들이 웹 3.0과 메타버스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약 30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에 달한다. 웹 3.0에 이 같은 관심과 투자가 몰리는 이유가 뭘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2년 7월 1호(348호)에 실린 웹 3.0의 태동 배경과 전망을 요약 소개한다.
○ 읽기에서 쓰기로
웹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 웹은 단순하고 정적인 구조였다. 누군가 웹사이트를 만들어 올리면 사람들이 열람하는 수준이었다. 글을 읽거나 사진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웹 1.0’ 시대에는 이렇게 ‘읽기’만 가능한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뉴스 사이트와 게시판 형태의 사이트가 주를 이뤘고 웹의 정보를 쉽게 찾아 읽기 위한 목적으로 검색 서비스가 등장했다.

‘웹 1.0’ 시대가 1990년부터 약 15년간 이어지는 동안 많은 기업이 탄생하고 사라졌다. 이때 살아남은 기업이 ‘웹 2.0’ 시대를 이끌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현 메타), 유튜브,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소비자가 콘텐츠를 읽기만 가능했던 ‘웹 1.0’을 ‘웹 2.0’으로 진화시켰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기도 하며 직접 만든 콘텐츠와 데이터를 다른 사람들에게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소셜, 공유 활동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면서 ‘웹 2.0’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자신이 만든 창작물을 다른 사람에게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자 사람들은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가 본격적으로 웹 생태계에 등장한 것이다. 읽기만 가능했던 ‘웹 1.0’ 시대에 ‘쓰기’와 ‘공유’가 더해지면서 웹 사용자들은 무수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 플랫폼 제국과 ‘웹 3.0’의 태동
문제는 데이터가 비로소 사용자의 손에서 탄생하긴 했지만 이에 따른 과실은 ‘웹 2.0’시대를 주도하는 기업과 플랫폼으로 모두 흘러가 버렸다는 사실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중앙화 서버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벌었다. 기업들은 사용자의 동의 없이 혹은 교묘한 약관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했다. 정작 무수히 많은 콘텐츠와 데이터를 만들어낸 사용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에 사람들은 거대 기업이 독점 소유하는 ‘웹 2.0’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데이터를 온전히 소유하는 구조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사용자에게는 불합리하고 거대 플랫폼 기업에만 유리한 ‘웹 2.0’의 구조를 바꾸려는 거대한 흐름, ‘웹 3.0’은 이렇게 탄생했다.

‘웹 2.0’ 시대를 이끈 거대 플랫폼 기업이 중앙화 서버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독점했다면 ‘웹 3.0’에서는 데이터 소유권을 개인이 가진다. ‘웹 3.0’의 주요 인프라인 블록체인을 통해 사용자는 데이터가 어떻게 전달되고 그 대가가 얼마인지 알 수 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한 탓에 알 수 없었던 개인 데이터의 가치를 확인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누구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또 ‘웹 2.0’에서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면 아무런 수익을 얻지 못했다면 ‘웹 3.0’에서는 소비자나 참여자도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을 받을 수 있다. P2E(Play to Earn·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 모델이 대표적이다. ‘웹 2.0’을 거쳐 구축된 플랫폼 경제가 개인의 무보수 기여를 전제로 한 기업 중심의 수익 구조였다면 ‘웹 3.0’에서는 개인 중심 수익 구조에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 어떤 웹을 선택할 것인가
현재 ‘웹 3.0’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심과 지지가 공존한다. 그러나 ‘웹 2.0’ 역시 정보기술(IT) 버블을 거치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다양한 실험과 실패를 거쳐 ‘웹 1.0’에서 ‘웹 2.0’으로 자연스레 전환됐다. 이처럼 ‘웹 3.0’도 본격적인 전환이 일어나기 전 많은 시행착오가 이어질 것이다.

앤드리슨호로위츠의 공동 설립자 마크 앤드리슨과 ‘웹 3.0’ 투자 부문 총괄 크리스 딕슨은 최근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새로운 기술이 3가지 단계를 거쳐 사회에 도입된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사람들이 무시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들어보지 못해 별 관심이 없거나 어리석은 것일 뿐이라며 간과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반박한다. 새로운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고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는 화를 낸다. 새로운 기술이 작동하고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면 그제야 중요성을 깨닫기 때문이다.

결국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직접 경험해 보며 ‘웹 3.0’의 가능성과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 최선이다. 조만간 ‘웹 2.0’ 시대가 막을 내리고 ‘웹 3.0’ 시대가 번창할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모든 시대 변화는 결국 사람이 이끈다. 소유권의 민주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커지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좋은 사례들이 등장할 때 ‘웹 3.0’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다.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chris@ablelabs.io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게임#웹 3.0#웹#플랫폼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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