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파일’ 발칵…“마크롱-바이든에 로비하고 불법행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1일 1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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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로고. 우버 제공
우버 로고. 우버 제공
“대체 무슨 일인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각에 물어봐줄 수 있을까요?”

2015년 10월, 프랑스 마르세유 규제 당국이 미국 승차공유 기업 우버의 ‘우버X’ 서비스 영업정치 명령을 내렸다. 우버의 대관 담당자는 곧바로 당시 프랑스 경제장관이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버가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사실상 도와달라고 연락했다.

마크롱 당시 장관은 “개인적으로 살펴보겠다. 모든 사실 자료를 나에게 보내 달라. 오늘 밤까지 결정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틀 후 마르세유는 우버X의 영업정지를 처분을 명령을 뒤집었다.

이는 영국 가디언을 포함해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이 10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한 우버 내부 문건에 나온 내용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우버는 각국 택시 규제를 피해 사업을 확장하려고 각국 정치인에 로비활동을 벌였다”며 “특히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는 특별한 유착관계 정황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 “우버, 택시 규제 피하려 마크롱에 로비”
보도된 우버 문건은 가디언이 입수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공유한 내부 문서다. 2013~2017년 우버 고위임원과 트래비스 칼라닉 당시 최고경영자(CEP)가 나눴던 문자, e메일을 포함해 총 12만4000개 문서를 담고 있다.

문건은 미 실리콘밸리의 ‘혁신적’ 기업이 얼마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정계 로비, 수사 회피, 반 택시 여론전 확산에 나섰는지 상세히 나와 있다. 내부에서조차 “우리는 빌어먹을 불법단체”라고 자조한 문자도 나왔다.

한국처럼 택시 면허수를 당국에서 규제하는 유럽은 우버 진출에 대한 반대가 심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택시 면허 값이 최대 25만 유로까지 올랐다고 한다. 폭로 문건에 따르면 우버는 택시 업계에 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함부르크시 시장,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벌였다.

외신에 의해 ‘유착관계’로 지목된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공공연히 우버의 지지자 역할을 자처하며 프랑스를 ‘스타트업 국가’, ‘디지털 경제’로 이끌겠다고 공헌해왔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버 내부에서 놀랄 정도로 마크롱이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가디언은 “마크롱 당시 장관이 우버에 ‘(우버 활성화를 위해) 내각에 반대자와 ’비밀 합의‘를 중개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유착 의혹에 대해 프랑스 대통령실은 “당시 장관의 통상적인 업무의 일부”라고 반박했고, 마르세유 규제 당국도 “윗선의 압박이 없었다”고 밝힌 상태다.


● “암스테르담 압수수색? 서버 내려라”
2015년 4월 네덜란드 수사당국이 우버의 암스테르담 오피스 압수수색에 나선지 20분 만에 우버 컴퓨터 화면이 꺼졌다. 특정 컴퓨터 데이터 접근을 못하게 전체 서버에서 차단시키는 이른바 ‘킬 스위치’ 전략을 쓴 것이다. 우버 문건에는 칼라닌 전 CEO의 ‘킬 스위치’ 명령 내용도 담고 있다. 킬 스위치는 글로벌 테크 기업이 수사 회피에 쓴다며 비판을 받고 있는 기술적 조치다. WP는 “유럽에서 압수수색 발부 후 킬 스위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법이라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우버 문건에 따르면 우버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규제당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우버 운전자를 결집해 택시 운전자를 고소하게 하기도 했다. 택시 업계 시위가 폭력적 양상으로 변하자 “우리에게는 성공적”이라며 여론전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 문건이 폭로되기 전부터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등 플랫폼 기업의 로비 활동은 논란이 적지 않았다. 올해 5월 일부 우버 주주들은 “전체 로비 활동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며 공개 안건을 제출했다 주주총회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우버는 미국에서만 지난해 393만 달러(51억 원)를 로비 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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