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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美독립기념일 축제 덮친 ‘I 공포’… “월세 낼 돈 없는데 파티는 사치”

입력 2022-07-06 03:00업데이트 2022-07-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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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공포 해외]
5월 휘발유값 48%↑, 항공료 37%↑ “소고기 대신 닭고기 바비큐 파티
30% 오른 폭죽값에 불꽃놀이 포기”… 빈곤층 이어 중산층도 고통 호소
美, 주내 ‘中수입품 관세 인하’ 전망
“폭죽, 소고기, 기름값 등이 모두 올랐습니다. 독립기념일 연휴를 즐길 엄두가 안 나요.”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사는 코리 자팟카 씨(32)는 4일(현지 시간) 역대급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의 최대 연휴인 독립기념일을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과거처럼 1주일 내내 폭죽을 터뜨리기엔 폭죽값이 너무 올랐다”며 “소고기값이 너무 비싸져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할 수도 없고 기름값이 올라 멀리 갈 엄두도 못 낸다. 그저 조용히 있는 게 답”이라고 토로했다.
○ “월세 낼 돈도 없는데 파티는 사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연이어 41년 만에 최고치인 8%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독립기념일 연휴 모습도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폭죽값이 전년 대비 30% 이상 올라 어지간한 시민들은 불꽃놀이를 포기했다. 음식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미 농민연맹(AFBF)에 따르면 다진 소고기(36%), 햄버거 빵(16%), 바닐라 아이스크림(10%) 등 가격이 모두 뛰었다. AFBF는 “바비큐 만찬 비용이 지난해 독립기념일 때보다 17%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바비큐 때 즐겨온 소고기를 닭고기로 대신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취약계층은 물론이고 중산층까지도 식료품 지출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지모티 씨(29)는 “집주인이 월 임차료를 40% 올렸다”며 임차료가 비싼 맨해튼을 강제로 떠나 퀸스 등 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야 할 처지라고 밝혔다. 그는 “월세를 낼 돈도 없는데 파티는 사치”라며 “간식값도 줄이고 있다”고 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휘발유 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8.7%나 올랐다. 항공 요금은 37.8%, 대중교통 요금은 26.3% 상승했다. 가구당 에너지 소비 가격도 19.1%,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밥상 물가는 11.9%나 올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고통은 더욱 극심하다. 역대급 임차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잃고 모텔이나 트레일러파크를 전전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정된 연금에 의지하고 있는 은퇴 노인 노숙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폭스뉴스는 2030년까지 노인 노숙자가 현재의 3배 수준인 10만 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노숙자 구호단체 ‘트래블러즈에이드소사이어티’ 측은 노인 노숙자가 사실상 ‘정규 손님’이 돼 버렸다며 “노인 노숙자 급증은 굉장히 우려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 美, 中 관세인하 등 물가 잡기 안간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의류, 학용품 등 3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관세 인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치솟는 물가 상승에 대중국 강경책을 일부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류허(劉鶴)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이 문제를 포함한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3∼16일 예정된 중동 방문에서도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원유 증산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제유가 급등세를 진정시켜 상승률이 가장 높은 미 휘발유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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