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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美 22세 백인男, 독립기념일 행렬에 총기 난사… 아이 등 46명 사상

입력 2022-07-06 03:00업데이트 2022-07-06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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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교외 축제 관람객에 총격, 시민들 처음엔 총성을 축포로 여겨
피 흘리며 사람 쓰러지자 아비규환
22세 범인, 사건 7시간만에 붙잡혀… 고교때부터 래퍼 활동, 트럼프 추종
총기규제 강화법 9일만에 참사, 강도 높은 추가규제 목소리 높아져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하일랜드파크에서 22세 백인 남성 로버트 크리모 3세(사진)가 축제 퍼레이드 관람객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현재까지 최소 6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2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범죄기록 조사 등을 포함한 총기규제 강화법안에 서명한 지 불과 9일 만에 최대 국경일 행사가 피로 얼룩져 미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 직후 긴급 성명을 내고 “총기폭력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 들어 미 전역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사고는 총 309건이고, 올해까지 누적 사망자는 1만60명에 달한다.
○ 축제 20분 만에 아이·노인에게 무차별 총격
눈물 흘리는 여성 4일 총기 참사가 발생한 미국 일리노이주 하일랜드파크에서 노란 옷을 입은 여성이 사건 현장의 참혹함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의 앞에 독립기념일을 상징하는 성조기 문양의 대형 풍선이 있다. 하일랜드파크=AP 뉴시스
이날 참사는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약 20분이 흐른 오전 10시 20분쯤 발생했다. 유대계가 많은 부촌 하일랜드파크에 사는 크리모는 동네 한 상가 건물 옥상에 올라 건너편 관람객을 향해 소총을 무차별로 쏘기 시작했다.

성조기를 흔들며 축제를 즐기던 관람객들은 처음 총성을 들었을 때 퍼레이드를 위한 축포 혹은 불꽃놀이로 여겼다. 그러다 주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대피하기 시작했고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참사를 촬영한 일부 영상에서는 60번 이상의 총성이 들렸다.

피로 얼룩진 美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중 총기 난사 최소 6명 사망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하일랜드파크에서 축제 퍼레이드 도중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6명이 숨지고 어린이를 포함한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 남성이 다리에 피가 범벅인 시민을 돌보고 있다. 22세 백인 남성인 범인은 퍼레이드 시작 20분 만에 군중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사진 출처 트위터
경찰은 이날 사상자의 연령이 8세부터 85세까지 다양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신체 곳곳에 여러 발의 총격을 맞고 위중한 사람도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상자 중 1명은 어린이다.

크리모는 사건 발생 7시간이 흐른 이날 오후 한 차량 검문소에서 붙잡혔다. 그는 고등학생이던 2016년부터 ‘어웨이크 더 래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당시 뮤직비디오 등에 대량 살상,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총격범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등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행사에 참여한 영상도 올렸다. 1987년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자회견장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버드 드와이어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영상과 ‘정치인은 이렇게 연설해야 한다’는 글도 게재했다. 그의 부친은 2019년 하일랜드파크 시장에 도전할 정도로 지역 유명 인사다.
○ 미국의 일상이 된 총기 난사
겁에 질린 어린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총기 참사가 발생한 일리노이주 하일랜드파크의 사건 현장에 무장한 군인들이 대거 배치됐다. 한 여성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인형을 들고 있는 어린이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려 하고 있다. 독립기념일 축제 퍼레이드가 시작한 지 약 20분 만에 시작된 총격으로 현재까지 최소 6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어 미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올 들어 미국에서는 유례없을 정도로 자주 총기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5월에는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히스패닉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19명, 교사 2명 등 총 21명이 희생됐다. 같은 달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에서도 백인 남성의 난사로 10명이 숨졌다. 롭초등학교 참사 후 미 전역에서 총기 규제 여론이 높아져 지난달 25일 1993년 이후 29년 만에 총기규제 법안이 통과됐지만 총기 구매 연령 상향, 돌격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같은 강도 높은 규제가 빠져 ‘반쪽짜리 입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규제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연방대법원의 구성, 야당 공화당 및 미 최대 이익단체로 꼽히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반대 등으로 추가 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총기 보유의 자유를 언급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워 추가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 소속인 제이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무고한 생명을 총으로 앗아간 ‘악(evil)’은 형언할 수 없다. 총기 난사가 매주 벌어지는 미국의 전통이 되고 있다”며 추가 규제를 촉구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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