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9중 추돌사고 내고 ‘졸음운전’ 번복 버스기사 무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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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6월 27일 1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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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9중 추돌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사건의 원인이 전방 주시 의무 태만이나 제동장치 조작 미숙이 아닌 ‘차량 급발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문경훈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3월26일 오후 6시쯤 서울 성북구 편도 3차로 도로에서 운전을 하던 중 승용자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돌진해 전신주와 인근 대학교 담벼락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결과, A씨의 차량은 첫 충돌 후 약 20초동안 200m를 이동했다. A씨는 이후 8대의 차, 원동기장치자전거와 충돌했고, 총 1억5846만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교통사고 발생 당일 A씨는 “졸음운전으로 인해 추돌사고를 일으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음날 A씨는 회사에 출근해 “RPM이 올라가면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듣지 듣지 않았다. 회사를 생각해서 일단 경찰서에는 졸음운전을 했다는 사고기록서를 제출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또 다시 번복했다. 그는 경찰서에 찾아가 “졸음운전으로 인해 회사에서 잘리고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가 힘들어 솔직히 진술한다”며 사건 경위를 다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A씨가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했는지와 전방 교통상황을 제대로 살피 못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사고 이후 회사 차고지에서 이 사건 버스 수리를 위해 파손된 상태 그대로 운전해 위치를 변경했는데, 당시 엔진과 제동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사고분석 감정결과 제동장치의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고, 가속페달과 무관한 엔진토크의 형성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원인은 제동장치 조작 미숙이 아닌 급발진에 가깝다고 봤다. A씨가 사고 직전 고개를 숙여 제동장치의 작동을 확인한 점, 사고 이후 제동장치가 이상없이 작동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연쇄추돌을 일으키는 동안 비상등을 미리 작동하면서도 제동장치를 조작하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외에도 A씨가 과거 운전면허 관련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없는 점, 인지기능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받은 점, 약 7년간 버스기사로 근무해온 점을 근거로 차량 급발진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당시 졸음운전을 하지 않았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무렵 배우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던 사실이 통화기록으로 확인됐다”며 “A씨가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가 이를 다시 번복한 경위 역시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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