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실험 언급 안 했지만 회색지대 도발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24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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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핵 실험을 지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자극할 새로운 도발을 준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24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 회의 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7차 핵 실험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핵 실험을 활용해 한미를 위협하는 과정에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7차 핵실험 등 위협적인 언사 없이 전쟁 억제력, 자위력 강화 수준으로 언급했다”며 “또 내용상 군 간부들에 대한 직접 비판이 없고 대남, 대미 등 대외 군사 문제에 대한 격렬한 표현이 없다는 점에서 수위 조절의 느낌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한국 동부 지역 지도를 흐릿하게 공개한 데 대해 “북한이 한국의 동부 지역만을 대상으로 작전 계획을 수정했을 리는 만무하고 수도권과 평택 주한미군 기지 등을 포함하는 서부 지역에 대한 작전 계획도 수정했겠지만 민감성과 파장을 고려해 관련 작전 계획 지도는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도 수위를 조정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군 역시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실험이 임박한 징후는 없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일부 시설(3번 갱도)에서 핵 실험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군은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대남, 대미 위협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북한은 이날도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을 만반으로 다지겠다”고 밝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어제 동부, 서부 축선의 남한 지도를 공개하고 이 시점에서 대남 공격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공개한 것은 결국 대남 위협을 통해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추가된 임무와 작계에 맞게 전연 군단의 전력을 신속하게 강화하는 데 좀 더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예컨대 북한은 그동안 개발한 다양한 신형 전술급 유도무기를 본격적으로 양산 및 전력화하는 체제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올 여름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을 이유로 직접적인 군사 도발이 아닌 이른바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색지대 전략이란 평화와 전쟁 사이에서 여러 권력 요소를 활용해 정치 안보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이 전략이 활용되면 일반적인 충돌보다는 심하지만 대규모 군사 분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행위가 이뤄진다. 대체로 국제 관습, 규범 또는 법률에 도전하고 위반하는 행위가 동반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가 뻔히 예상하는 방식의 대남 군사적 위협이 아닌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군사적 위협을 보여줄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올 여름 한미 연합 훈련 시기에 새로운 작전 임무, 작전 수행 능력, 작전 계획 등의 일부가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작전 임무 추가가 확정됐다는 것은 한미 동맹 차원의 대북 압박에 대한 북측의 강 대 강 맞대응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휴전선과 서해 북한 한계선(NLL)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 및 우발적, 돌발적 사태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연합 훈련 전후로 북한의 신형 전술 유도 무기나 단거리급 무기 발사 행보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억제, 반접근, 응징 보복 능력을 실질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시위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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