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다 보이는 ‘투명폰’, 삼성-애플 주도 스마트폰 시장 돌풍 일으킬까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20일 1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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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영국의 스타트업 ‘낫싱’도 도전장을 내민다. 기존에 한국 시장에 구애해오던 여타 업체들과 같이 독특한 폼팩터와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웠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점유율 99%라는 철옹성을 만든 상황에서 신생업체가 선전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스마트 가전 스타트업 낫싱은 자사의 첫 스마트폰 ‘폰원(phone(1))’을 올여름 출시한다. 내달 12일(현지 시각) 온라인 행사 ‘본능으로 회귀’를 개최해 제품을 정식 공개하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순차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스켈레톤 시계’ 아닌 ‘스켈레톤 폰’?…기기 뒷면 ‘투명판’ 적용


낫싱은 지난 2020년 10월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원플러스의 창업 멤버였던 칼 페이가 CEO 겸 공동 창업자를 맡고 있다. 지난해 8월 첫 제품으로 무선 이어폰 ‘이어원(ear (1))’을 선보이기도 했다.

낫싱이 내세운 폰원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내부가 보이는 투명한 디자인과 감각적인 부품 배치다. 명품 시계업체들이 내부 톱니바퀴 등이 모두 보이는 ‘스켈레톤 시계’로 외적 아름다움과 기술적 자부심을 드러내듯이 스마트폰에도 이같은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낫싱은 전형적인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내부 레이아웃을 고민한 결과 수백 가지 부품 중 무선 충전 코일을 중심으로 부품이 퍼즐처럼 이어지는 방식으로 폰원의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투명함’을 내세운 낫싱의 디자인 정체성은 폰원 뿐만 아니라 향후 낫싱의 모든 제품에 일관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독특한 디자인과 달리 폰원은 보편적인 중저가 ‘가성비폰’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구체적 스펙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폰원의 출고가가 40~5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세서(AP)도 주로 중저가폰에 적용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7 1세대’가 탑재될 전망이다.

◆거대 기업도 고배 마신 韓 시장…삼성·애플 빼면 점유율 ‘1%’

신생업체인 낫싱이 찾아오기에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굉장히 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훨씬 규모가 큰 제조업체들도 삼성전자와 애플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수년째 한국 시장에 구애하고 있는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점유율 3~4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인 ‘샤오미 라이트 팝업스토어’를 열고, 지난 4월 중저가 스마트폰인 ‘레드미노트 11프로 5G’와 ‘레드미노트 11’을 국내에 정식 출시했지만 눈에 띄는 파란을 일으키진 못했다.

9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모토로라도 마찬가지다. 미국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자리를 꿰차 점유율 3위에 올랐으나 야심차게 돌아온 한국 시장에서는 부활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국내 정식 출시된 모토로라의 가성비 5G폰 ‘엣지 20라이트 5G’와 ‘모토 G50 5G’은 ‘저렴한 요금제’를 강점으로 내세우고자 알뜰폰 브랜드인 LG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과 손잡고 출시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국내 시장 양강 구도는 점유율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이들 두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의 영향력이 점차 떨어지며 올해에는 점유율이 99%까지 치솟은 상태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77%, 애플은 22%다. 그외 기타 업체들의 점유율은 모두 합쳐도 1%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LG전자의 점유율이 6%를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그마저도 0%로 떨어진 상태다.

낫싱으로서는 말 그대로 가시밭길에 들어선 셈이다. ‘투명폰’이라는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우긴 했지만, 이러한 디자인적 특징은 휴대전화 케이스가 보편화된 국내 시장에서 확실한 매력으로 다가오기 어렵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기능이나 서비스 면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고배를 마셨던 다른 중저가폰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철옹성’이 만들어졌음에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업체들이 있는 것은 LG전자의 빈자리의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도 “LG전자가 국내에서 다졌던 입지가 가성비나 하드웨어 등의 덕이라는 인식들이 많은데 더 큰 핵심은 서비스 체계의 확립이다. 서비스와 하드웨어가 같이 가야 하는데 지금처럼 해외업체들이 저가폰으로 간만 보듯 ‘찔끔’ 들어오기만 해서는 0%대 점유율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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