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백운규 영장 기각… 법원 “일부 혐의 다툼 여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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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13명 사표 종용 등 혐의… 법원 “도주 우려 없어” 기각
文정부 ‘靑 윗선’ 수사 차질 불가피… 檢은 영장기각에도 수사 진행 방침
白, 한전KPS 인사 취소 지시 의혹… 前사장 “산업부 전화 받고 철회”
당시 靑근무 박상혁도 곧 불러 조사

영장 심사 마친 白 前장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13일 장관 재직 당시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15일 이를 기각했다. 뉴시스
영장 심사 마친 白 前장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13일 장관 재직 당시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15일 이를 기각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초기 임기가 남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15일 기각했다.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3시간가량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거친 뒤 오후 9시 40분경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의 지위와 태도 등에 비추어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등 청와대 ‘윗선’에 대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검찰은 “산업부 관계자 요구를 받고 인사를 철회했다”는 A 전 한전KPS 사장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백운규 측 “사직 강요한 바 없어”
이날 서울동부지법 영장심사에 출석한 백 전 장관은 취재진에게 “장관 재임 시절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영장심사를 진행한 법원은 ‘검찰이 상당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에서 백 전 장관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백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사직을 강요한 바 없고 특정 후보자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검찰은 백 전 장관의 지시로 2017년 하반기부터 산업부 관계자들이 A 전 사장을 포함해 13개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백 전 장관은 산업부 관계자를 통해 A 전 사장에게 인사를 취소하라고 지시한 혐의와 함께 2018년 한명숙 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면접 예상 질문 등을 미리 건네준 혐의도 받고 있다.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 역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 종용 과정에 당시 대통령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실무를 담당했던 민주당 박 의원이 관여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하고 조만간 박 의원을 조사할 예정이다. 당시 박 의원의 상관은 김우호 전 인사비서관과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등이었다.
○ A 전 사장 “새 사장 와서 인사 하게 하라고 압박”
검찰은 2017년 말 산업부 관계자가 산하 공공기관인 한전KPS 당시 사장에게 사표를 종용하고 이미 시행한 인사를 취소하도록 지시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전 사장은 올 4월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2017년 당시 산업부 관계자로부터 사표를 요구받고, 후임 사장 임명 전 인사를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 등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전 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 12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산업부 관계자를 만나 사표 제출 요구를 받았다”며 “(사표를 내지 않을 경우)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아 직원들이 피해를 볼까 봐 사표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임기는 당초 2020년 1월 말까지였지만, 2018년 1월 초 사표가 수리됐다. 검찰은 5월 한전KPS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전 사장은 검찰에서 법으로 보장된 공공기관장의 인사권이 침해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당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에게 임금 감소에 따른 보직 변경 인사를 냈는데 산업부 측으로부터 ‘새 사장이 와서 하게 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A 전 사장은 “사표를 내고 2017년 12월 보직 변경 인사를 냈는데 산업부 측으로부터 ‘인사를 취소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인사를 철회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산업부 블랙리스트#백운규#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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