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총재 “국민들, 물가상승 받아들여” 발언에 비난여론 빗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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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용인이 아니라 체념한 것… 중앙銀 수장이 세상물정 너무 몰라”
구로다 “부적절 표현” 결국 사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사진) 일본은행 총재가 물가 상승을 가계가 잘 감당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여론과 정치권의 뭇매를 맞았다. 중앙은행 수장이 물가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의 실생활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구로다 총재는 6일 교도통신이 주최한 강연에서 “일본 가계의 물가 인상 허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가계가 물가 상승을 받아들이는 동안 양호한 거시경제 환경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최근 직면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도쿄대 교수의 연구를 인용하며 “단골 가게 물건값이 10% 올랐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지난해에는 절반 이상이 ‘다른 가게로 가겠다’고 했지만 올해는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이 많았다”라고 했다.

일본의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올라 7년 만에 최고 상승 폭을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최근 20년간(2001∼2020년) 임금 상승률은 0.4%로 사실상 오르지 않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충격이 미국, 유럽 등보다 훨씬 크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앞서 3일 구로다 총재가 “슈퍼마켓에서 가끔 물건을 사지만 기본적으로는 아내가 한다”고 한 발언까지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까지 등장했다. 아사히신문은 8일 사설에서 “물가가 올라도 참겠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용인이 아니라 체념”이라며 물가 파수꾼인 중앙은행 수장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취급을 받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구로다 총재는 8일 국회에서 “적절치 않은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니시무라 지나미 간사장은 “국민들의 생각과 전혀 다르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기시다 인플레이션’”이라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내각 전체를 비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구로다 하루히코#일본#일본은행 총재#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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