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위비 5년내 2배 증액 공식화… 동아시아 ‘긴장 격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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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의 1%→2%로 늘린다는 내용
재정운영 기본방침에 공식 명기, 아베 등 강경파 압박에 원안 수정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 놓고선 아베파-反아베파 “까불지 말라” 고성

일본 정부가 7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방위비를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에서 2%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을 담은 ‘경제재정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을 채택했다. 집권 자민당에서 논의돼 온 방위비 증액이 일본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명기된 것이다.

일본 방위비가 GDP의 2%까지 늘어나면 올해 5조4005억 엔(약 52조 원)인 방위비가 2027년에 10조 엔을 넘어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 국방비 지출 9위인 일본이 2027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군사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은 북핵 위협,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을 방위비 증액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아시아 방위 부담을 덜고 싶어 하는 미국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지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군비 증강 경쟁에 뛰어들면서 동아시아의 긴장이 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시다, 아베에 밀려 방위비 증강 시기 적시
일본 정부는 이날 채택한 경제 기본지침에 방위비 증액에 대해 ‘5년 이내에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맹국은 방위비를 GDP의 2% 이상으로 한다’는 내용을 예시로 명기했다. 사실상 5년 내 방위비를 2%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부 정책으로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논의 과정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측과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필두로 한 강경 매파가 충돌했다. 당초 일본 정부가 논의한 초안에는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로만 기술하고 시기, 규모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나토의 2% 수준만 각주로 작게 소개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 등 강경파가 보다 강한 내용을 주문하면서 목표 시기가 명기됐고 ‘2% 방침’이 각주에서 본문으로 올라왔다.

예산 편성을 놓고는 입장 차이가 더욱 극명했다. ‘2021년도 방침에 근거한다’고 규정한 내년도 예산 편성 방침과 2025년까지 재정건전화를 견지한다는 목표에 대해 아베 전 총리와 강경파가 반발했다. ‘지출 개혁 노력을 계속한다’는 2021년도 방침과 재정건전화 목표를 강조할 경우 방위비 증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아베 전 총리 등의 입장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정책 선택지를 좁혀선 안 된다’는 문구를 넣어 방위 예산 확대 가능성을 언급한 대신 ‘2021년도 방침 근거’ 표현은 삭제하지 않았다. ‘2025년도 재정수지 흑자 목표를 견지한다’는 원안 표현은 ‘재정건전화 깃발을 내리지 않는다’로 바뀌었다.

아사히신문은 “회의 중 까불지 말라는 고함과 호통이 이어졌다. 멱살잡이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었다”는 자민당 초선 의원의 발언을 전하며 “7월 참의원 선거 이후를 노린 당내 주도권 다툼”이라고 분석했다.
○ “日 군사대국 야심에 긴장고조” 우려
자민당은 방위비 증액에 대해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을 들며 “힘이 부족하면 언제든 위험에 직면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군사 및 재정 부담을 덜고 싶은 미국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져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쟁 포기를 규정한 평화헌법을 채택한 일본이 군사대국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데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 외교부는 “일본의 방위안보 정책은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이 방위비를 늘려 자위대가 실질적으로 군과 비슷한 형태로 갈 가능성이 있다. 평화헌법을 넘어서 주변국에 우려를 끼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일본#방위비#기시다 후미오#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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