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문학상 수상은 ‘양날의 검’…번역가 키워야 한국문학이 더욱 성공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1일 10시 14분


코멘트
브리타니 데니슨, 트레이시 허런, 크리스틴 알파로
브리타니 데니슨, 트레이시 허런, 크리스틴 알파로
이달 1~5일 열리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해외 출판인들과의 교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소규모로 열렸던 2020~2021년과 달리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해외 출판사는 18개, 해외 강연자는 12개국 47명에 이른다. 최근 한국문학이 주목 받고 있는 현상을 해외 출판인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일인 1일 ‘한국 문학작품이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여는 미국, 캐나다, 영국 출판사 한국문학 담당자 3명의 생각을 미리 들어봤다.

브리타니 데니슨은 1936년 설립된 미국 출판사 뉴디렉션 퍼블리싱 홍보이사로 김혜순 시인이 미국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받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트레이시 허런은 1990년 세워진 캐나다의 출판사 드론 앤드 쿼털리의 기획편집자다. 크리스틴 알파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2015년 설립한 영국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의 출판 담당자다.

―한국 문학을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

“너무 신났다. 내가 읽지 않은 종류의 작품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허런)

“어떤 나라에서 온 작품들보다 궁금했다.”(데니슨)

―왜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나.

“한국 문학은 놀랍고 아름답다.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을 예로 들겠다.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세월호 참사 등)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한국인들만이 읽을 시라고 단정하기엔 너무도 중요한 시가 아닌가.”(데니슨)

“미국과 캐나다엔 일본문학이 많이 소개됐지만 한국문학은 아직 많이 없다. 북미권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허런)

―이수지 그림책 작가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정보라 작가의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지명, 손원평 작가의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처럼 해외에서의 한국문학 성취가 벌어지고 있다. 의미와 앞으로 극복해야 할 점을 말해 달라.

“최근 한국문학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한국 대중문화의 성장이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을 이끄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중문화의 후광효과를 넘어서 한국문학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허런)

“한국문학 작품들이 한 해에 연달아 국제문학상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르는 일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국제문학상 후보로 지명되거나 수상하면 많은 해외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찾을 것이다. 반면 앞으로 국제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상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다른 한국문학 작품에 상을 주기를 주저할 수도 있다.”(데니슨)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엔 ‘저주토끼’를 번역한 허정범(41·안톤 허) 같은 번역가들의 노력이 크다. 최근 여러 한국 번역가들과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번역뿐 아니라 작품을 알리는 데도 최선을 다한다. 훌륭한 한국문학 번역가를 키워야 한국문학이 성공한다.”(알파로)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