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변으로 신생아 장폐색까지… “정기 산전 검사로 발견할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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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변 증후군
보통은 출생 24시간 내 태변 배출
낭성 섬유화로 태변이 장을 막거나, 선천성 폐색증은 천공 일으키기도
복막염일 땐 응급 제왕절개 수술
산부인과-소아과 등 협진 꼭 필요 “안정적인 진료 지원 마련돼야”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태아의 이상 소견은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반드시 산부인과 의사와 상의해
 신생아 전문 내과나 외과가 있는 병원에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태아의 이상 소견은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반드시 산부인과 의사와 상의해 신생아 전문 내과나 외과가 있는 병원에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태변은 자궁 속의 태아가 양수를 마시면서 만들어지는 태아의 대변이다. 양수에 포함된 태아의 피부에서 떨어져 나간 상피 각질, 태아의 태지, 털 등이 장 내에 쌓여 만들어진다. 암녹색의 끈적거리는 태변은 대개 출생 후 24시간 이내에 배출되지만 때로 태아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태변 장폐색, 태변 마개 증후군, 태변 복막염 등을 포함한 ‘태변 증후군’이다.

태변이 장 막아 천공 유발


태변 장폐색은 장 내에서 낭성 섬유화와 연관돼 발생할 수 있다. 장의 운동성이 떨어져 태아 소장에서 멀리 떨어진 공장과 근위부 회장 부근에서 폐색을 유발한다.

태변 마개 증후군은 태변이 병마개처럼 장을 막아버려서 발생한다. 아기가 출생한 후에는 공기를 마시게 돼 점차 장에 공기가 차는데, 이처럼 장 안이 막히면 가스가 통과하지 못하고 점점 팽창하게 된다.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청소년과 과장)는 “태변 마개 증후군은 최악의 경우 장에 구멍이 나는 천공이 발생할 수 있어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며 “주로 미숙아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산모의 고혈압 치료를 위한 약제가 아기의 장 운동성을 떨어지게 하거나 아직 덜 발달된 아기의 장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태변 복막염은 태아의 장에 천공이 발생하는 것이다. 태변 장 폐색, 태아의 장이 태내에서 꼬이는 장 염전, 태아의 장 일부분이 선천적으로 막혀 있는 기형인 선천성 장 폐색, 복막 내에서 조직이 실타래처럼 발생해 장을 묶어 버리는 복막 밴드, 선천성 탈장 등이 원인이 된다. 태아의 장에 천공이 발생하면 태변으로 인해 태아의 복부에서 복막염이 발생한다. 산모도 모르게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의 정기적인 산전 진찰이 중요하다.

기형아 연간 약 1만 명 발생… 의료과 협진 중요


산전 초음파를 통해서 아기 복부에 복수가 차 있거나, 태변이 복강으로 빠져나와 생겨난 석회화 등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 최 교수는 “이런 경우 대개 응급상황으로 산부인과, 신생아 전문 소아청소년과, 소아외과 교수팀의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아 복막염이 발생하면 산부인과 교수는 태아 상태를 판단해 응급 제왕절개술을 포함한 분만계획을 수립한다. 산모가 아이를 분만하면 신생아 전문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저혈압을 동반한 패혈증 여부와 호흡 문제를 확인하는 등 아기의 전반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소아외과 교수는 복강 안에서 장 천공을 일으킨 부위를 찾아내고 이를 교정한 후 필요 시 장 절제와 재문합술을 시행하기 위한 신속한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매우 작은 신생아의 복강 내의 유착을 치료하고, 오염된 태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까지 꼼꼼히 신경써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수술을 마치면 신생아 전문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재협진을 통해 수술 후 아기의 상태에 따라 퇴원 여부를 결정한다. 최 교수는 “수술이 잘 된 아기의 예후는 매우 좋은 편”이라며 “다만 모든 치료가 끝난 후에도 아기가 잘 먹는지, 성장은 잘 하는지 반드시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모든 신생아의 3∼4% 정도는 크고 작은 출생 기형을 갖고 있다”며 “연간 1만 명 정도가 선천성 기형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데 전국에 분만이 가능한 150개의 병원 중에서 산부인과, 소아외과, 신생아 전문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을 모두 보유한 병원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선 전국에 250개가 넘는 센터에서 어린이병원을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병원들이 낮은 소아 수가와 운영의 어려움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 교수는 “어린이병원이 아니더라도 유기적인 의료체계를 구비해 산모와 아기가 정상적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기의 산전 진단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산모는 정밀 초음파 날짜를 꼭 지켜야 한다”며 당부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태변 증후군#신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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