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예배당 잇는 순례길 걸으며 심신 달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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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남도 여행]
신안군 ‘섬티아고’서 힐링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야 하는 길이 있다. 순례길이 그렇다. 그래야 비로소 느끼고 보이는 게 있는 법이다. 사람들이 ‘섬티아고’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12개의 작은 예배당이 있어 ‘순례자의 섬’이라고도 한다. 섬의 천국인 전남 신안군의 기점·소악도다. 기점·소악도는 소기점도와 대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다섯 개의 작은 섬이 노두길로 연결된 섬을 일컫는다. 그곳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12개의 예배당 건축물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순례길이 생겨났다. 고즈넉한 순례길을 걷다보면 삶을 되돌아보고 지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다.

기점·소악도에 세워진 12개의 예배당은 국내외 10명의 작가들이 만든 공공미술 작품으로 다섯 개의 섬 곳곳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하고 있다. 모든 예배당이 10m²(약 3평) 규모지만 내부는 혼자 들어가면 딱 알맞을 정도다. 12사도의 이름을 붙이고 예배당이라 부르지만 교회만의 것이 아니다.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들어가 잠시 쉬면서 고요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명상의 공간이다.

대기점도 방파제 끝에 자리한 첫 번째 예배당 ‘베드로의 집’(건강의 집).
대기점도 방파제 끝에 자리한 첫 번째 예배당 ‘베드로의 집’(건강의 집).
대기점도 선착장에 내리면 방파제 끝에 자리한 첫 번째 예배당 ‘베드로의 집’(건강의 집)이 순례자를 반긴다. 둥글고 푸른 지붕과 흰 회벽이 그리스 산토리니 건물을 보는 것 같다.

두 번째 예배당은 ‘안드레아의 집’(생각하는 집)이다. 해와 달을 상징하는 두 개의 하얀 건물과 높고 둥근 하늘색 지붕이 눈길을 끈다. 숲으로 둘러싸인 세 번째 예배당 ‘야고보의 집’(그리움의 집)은 하얀 벽체 양쪽에 나무기둥을 세워져 있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단정하게 원형을 이룬 ‘요한의 집’(생명 평화의 집)은 위아래로 난 긴 바람 창을 통해 외부와 소통한다. 소기점도로 가는 노두길 입구 언덕에 있는 ‘필립의 집’(행복의 집)은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 형태를 띠고 있다. ‘바르톨로메오의 집’(감사의 집)은 호수 위에 건축물이 떠 있다. 색유리와 스틸이 조화를 이루며 화려한 모습을 띤다.

흰 사각형 건축물에 황금빛 양파지붕을 한 ‘마태오의 집’(기쁨의 집). 신안군 제공
흰 사각형 건축물에 황금빛 양파지붕을 한 ‘마태오의 집’(기쁨의 집). 신안군 제공
일곱 번째 예배당인 ‘토마스의 집’(인연의 집)은 사각형 흰 건물이 단정하고 푸른 문이 인상적이다. 이어 만나는 예배당은 흰 사각형 건축물에 황금빛 양파지붕을 한 ‘마태오의 집’(기쁨의 집)이다. 소악도 끝자락 둑방길을 따라가면 프로방스풍의 아름다운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작은 야고보의 집’(소원의 집)이 나온다. 진섬에 들어서면 ‘유다 타대오의 집’(칭찬의 집)이 기다리고 있다.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앙증맞고 외부의 오리엔털 타일이 근사하다. 언덕 위에 자리한 ‘시몬의 집’(사랑의 집)은 아치형 문이 앞뒤로 뚫려 문밖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으면 예배당과 사람과 바다가 한 몸이 된다.

열두 번째 마지막 예배당 ‘가롯 유다의 집’(지혜의 집)은 딴섬에 자리하고 있다. 뾰족지붕과 붉은 벽돌, 붉은 기와, 둥근 첨탑이 매력적이다. 예배당 옆에 설치된 종을 치면서 순례의 마지막을 알린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힐링 남도 여행#남도#여행#신안군#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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